‘태풍 바비’때문에 오히려 더 좋아졌다는 상황

2020년 August 28일   admin_pok 에디터

모두를 긴장케 만들었던 태풍 바비가 오히려 효자 역할을 했다.

(제주=연합뉴스) 변지철 에디터 = 지난 20일 제주도 해양수산연구원은 제주 남서쪽 250∼300㎞ 해역에 위치한 거대한 저염분수가 해류(대마난류) 이동 방향을 따라 북동진하면서 8월말 경 제주 연안에 유입될 것으로 예상했다.

또한 제주 남쪽 140㎞ 해역의 따뜻해진 바닷물로 인해 제주 연안 표층 수온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저염분수는 중국 양쯔강에서 흘러나온 대량의 담수와 합쳐져 염분농도가 26psu(바닷물 1㎏당 녹아있는 염분의 총량을 g로 나타낸 것) 이하의 바닷물을, 고수온은 폭염으로 따뜻해진 28도 이상의 바닷물을 의미한다.

지난 18∼19일 이틀간 무인 해양관측장비를 투입해 해당 지역을 광역예찰조사한 결과 조사 해역의 표층 염분은 26.33∼32.1psu의 분포로 관측됐고, 바닷물의 수온도 29.1∼30.5도에 달했다.

과거 고수온·저염분수가 제주 해안으로 유입돼 막대한 재산 피해가 발생한 바 있어 제주도는 비상이 걸렸다.

제주에서는 1996년에 대정·한경 마을 어장에 고수온·저염분수가 유입돼 약 60억원 상당의 피해가 발생했고, 2016년 8월에도 고수온·저염분수가 유입돼 일부 어장에서 수산생물이 폐사한 사례가 있었다.

그러나 태풍 ‘바비’가 이 문제를 깔끔히 해결했다.

지난 22일 대만 타이베이 남남동쪽 200㎞ 부근 해상에서 발생한 제8호 태풍 바비가 30도가 넘는 해수면을 지나 우리나라 쪽으로 빠르게 북상하는 과정에서 바닷물을 휘저어 고수온·저염분수를 사라지게 한 것으로 보인다.

고형범 제주도 해양수산자원과장은 “현장에 가서 한 번 더 확인해야 정확한 추이를 알 수 있겠지만, 이번 태풍으로 인해 8월 말 제주 해역에 유입될 것으로 예측됐던 고수온·저염분수가 소멸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예측모델상으로도 고수온·저염분수가 사라져 제주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나왔다”고 설명했다.

과거에도 태풍이 고수온·저염분수는 물론 더위와 가뭄을 해소해준 사례가 몇 차례 있었다.

기록적인 폭염과 가뭄이 기승을 부린 1994년 여름 잇따라 찾아온 태풍 ‘월트’, ‘브랜던’, ‘더그’ 등이 효자 태풍의 대표적인 예로 꼽힌다.

폭풍을 동반하지 않고 찾아온 월트는 타들어 가던 남부지방에 단비를 뿌리고 소멸했다. 더그도 큰 피해 없이 남부지방 더위를 식혀줬고 해갈에도 일부 도움이 됐다.

브랜던의 경우 갖가지 피해를 남기기도 했지만 많은 비를 뿌려 해갈에 도움이 됐고 더위도 잠시나마 잠재워줬다.

2004년 8월 태풍 ‘메기’도 제주를 비롯해 전국 각지에 큰 피해를 남겼지만, 가뭄을 해소하고 연안의 바닷물을 휘저어 마을어장을 위협하던 저염분수를 사라지게 하는 등 효자 노릇을 했다는 평가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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