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집장소이던 한강공원이 통제되자 사람들은 새로운 장소를 찾아냈다.
(서울=뉴스1) 황덕현 에디터,원태성 에디터 = “아무래도 좀더 많아졌죠. 사람들이 갈 곳이 없어지고, 마음 놓고 숨쉴 수 있는 곳이 여기밖에 없다고 생각하나봐요.”
서울 한강공원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50대 여성 A씨는 ‘최근 한강 찾는 사람이 많아졌냐’는 에디터 질문에 8일 오후 이렇게 말했다.
사람들이 몰리기 시작했던 것은 지난 주말부터다.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가 2.5단계로 격상되면서 카페나 술집 등을 찾지 못한 이들로 붐볐다는 것이다.
한강공원 취재를 간 것은 이날(8일) 오후 7시께, 서울시가 이날 오후 2시부터 통제를 결정했지만 편의점 앞에는 테이블마다 사람이 가득했고, 야유회(피크닉)에 나선 이들도 수십명 이상 눈에 띄었다.
<뉴스1>은 8일 오후 2시 이후 시내 5곳 이상 공원을 다니면서 통제 상태를 취재했다. 주말과 같은 대규모 인파는 아니였지만 곳곳에 삼삼오오 모여서 음주를 즐기는 모습 등은 여전했다.
서초구 반포한강공원에는 200여명 가까운 사람들이 각자 유흥을 즐기고 있었다. 잔디밭이나 벤치에 앉아서 쉬거나 음식을 나눠먹는 사람들이 대다수였고, 10세 미만으로 추정되는 아이들도 10여명 가량 눈에 띄었다. 대부분 답답함에 마스크를 턱에 걸친 상태였다.
반포한강공원은 반포대교를 기점으로 위, 아래에 설치된 피크닉장이 통제대상이다. 그렇지만 통제구역을 지키고 있는 공무원이나 관계자는 확인되지 않았다.
바람을 쐬러 잠시 나왔다는 이영지씨(26)는 “카페나 음식점도 마음놓고 갈 수가 없어서 잠시 바람만 쐬려고 나왔다”면서 “답답하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으니 머무르진 않고 잠시 한강을 보다가 (한강공원을) 나갈 것”이라고 말하며 걸음을 옮겼다.
영등포구 여의도 한강공원 사정도 비슷했다. 여의도 한강공원은 이벤트광장과 계절광장 일대가 통제 대상인데, 반포보다 규모있는 공원인데도 사람 숫자는 절반 수준밖에 되질 않았다.
그렇지만 돗자리를 깔고 맥주와 과자, 음식 등을 먹는 모습은 여전했다. 자전거를 타고가다 숨을 돌리려고 화장실 인근에 멈춰선 ‘운동족’ 입에도 마스크는 없었다.
여의도 한강공원에는 단속나온 한강사업본부 관계자가 있었다. 한 관계자는 “마스크 쓰지 않은 사람들과 거리두기를 지키지 않은 사람들을 주로 계도한다”면서
“사실 가족이나 연인끼리 나와있는 사람에게 (거리두기를) 안내하는 것은 쉽지 않다”면서 머쓱해 했다.
광진구 뚝섬한강공원 모습은 여의도와 비슷했다. 통제된 자벌레 주변 광장을 벗어나자 벤치에 앉아서 맥주를 마시는 광경도 목격됐다. 다만 계도하는 관계자 숫자가 더 많았다.
오후 9시가 지나자 서울시 청원경찰들이 ‘자리를 비워달라’며 재차 통제에 들어갔다. ‘진입금지’ 차단 테이프에도 일대를 자유롭게 다니던 사람들은 대부분 음식 등을 정리하며 이동했지만
‘진작 말하지 그랬느냐’ ‘(음식 먹는 중인데) 왜 이제 말해주느냐’면서 되려 불평에 고성을 지르는 광경도 목격됐다. 이곳을 지키던 한강사업본부 관계자는 “실질적 단속 권한은 없다. 최대한 계도하는 수준”이라고 하소연하기도 했다.
이날 저녁, 계도 구역에 포함되지 않은 마포구 경의선 숲길공원, 속칭 ‘연트럴 파크’에는 여전히 ‘길맥족’들이 다수 확인됐다.
술집을 닫자 한강변으로, 한강공원 단속이 시작되자 또다른 공원으로 인파가 이동하는 ‘풍선효과’ 일종인 셈이다.
오후 8시30분께 눈대중으로 확인된 인원만 50~60여명 가까이 됐다. 와인병에 플라스틱 컵까지 가지고 나온 이들도 눈에 띄었다.
30대 C씨는 “근처 술집에서 한잔 하다가, (문을 닫을) 9시가 다 돼 가길래 가지고 나온 것”이라면서 “얼른 비우고 자리를 뜰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한강공원 밀집지역에 한해 출입통제를 하고, 낮 시간대엔 통제 구역에 근접한 벤치 이용은 탄력적으로 허용할 방침이다.
또 출입 통제구역 밖에서의 자전거 타기나 조깅, 산책 등은 여전히 허용된다. 한강사업본부 관계자는 “저녁 시간 취식·음주 공간으로 이용될 시 바로 단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신용목 한강사업본부장은 “1000만 시민의 휴식공간인 한강공원에서 모두가 안전할 수 있도록 당분간 모임 및 음주․취식을 자제해 주시기 바란다”며
“일상의 불편과 고통이 있더라도 성숙한 시민의식을 통해 적극 협조해주실 것을 당부드린다”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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