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보다 재밌는 사파리의 권력 다툼

2017년 June 19일   admin_pok 에디터

 

1. ‘포철’의 등장

에버랜드에서 15마리 & 15마리씩 합사시켰을때, 초창기 사파리의 제왕은 호랑이(벵갈)였다.

호랑이들은 독립적인 개체였기에 단독생활에 강했고 사자들이 무리를 짓는 동안 호랑이는 각자 구역을 차지하면서 빠르게 사파리의 헤게모니를 장악했다.

이런 상황에서 ‘포철’이라는 사자가 등장한다.

포철은 과거 80년대에 전설적인 호랑이 ‘일지매’와 자웅을 겨룬 끝에 장렬히 패했다고 알려진 사자 ‘알렉산더’의 장자였다.

포철은 데뷔무렵부터 심상치 않았다. 포철은 예비 합사 시기부터 호랑이 둘을 1:2로 맞서서 홀로 두들겨 팬 전례가 있었을 정도로 강력한 싸움꾼이었다. 더군다나 포철 주변에는 포철 말고도 포철의 동생인 ‘인철’, ‘강철’이라는 막강한 숫사자 동료들이 함께하고 있었다.

이 야망에 불타는 젊은 사자는 우선 동생 인철, 강철과 함께 사자집단 내부 단속에 나섰다. 이윽고 사자 파의 서열을 완전히 정리했고, 이어서 사파리 정복에 나선다.

철저하게 서열이 구분된 사자들에 비해서 당나라 군대 집단이었던 호랑이는 집단전에서 항상 발렸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사자들의 우두머리였던 포철은 호랑이들 가운데서도 1:1로 상대할 수 있는 녀석이 얼마 없었다.

당시 포철을 중심으로 한 사자들의 기세는 실로 굉장했다. 포철은 당대 사파리에 존재하는 호랑이의 절반 이상을 1:1 로 불러내서 두들겨 팬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호랑이라고 인재, 아니 호재가 아주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호랑이 측에도 포철에 필적하는 강력한 개체가 있었으니, 그 이름은 ‘호걸’

당대 사파리의 지배자나 다름없었던 호걸은 사자 천하를 꿈꾸는 포철에게 있어서 가장 강력한 적수였다.

이 녀석은 다른 호랑이와 달랐다. 호걸은 동생인 ‘호식’, ‘호구’, ‘호돌’ 등의 동생들과 함께 4마리가 나름의 ‘호랑이 일파’ 를 형성하고 다녔다.

포철에게는 집단전에서도 1:1에서도 강력했던 호걸은 까다로운 적수였고, 실제로도 호걸은 이미 초창기에 포철을 1:1로 한번 때려눕힌 일이 있었으며, 포철과 같이 예비 합사 시절에도 4:4 집단전에서 사자를 쳐발라본 경험이 있기도 했다.

그렇지만 포철에게 있어서 호걸은 피할 수 없는 상대였다. 결국 이 두마리는 사파리의 패권을 놓고 승부를 벌이게 된다.

2. 호걸 vs 포철

선빵은 예상치 못하게 호걸이 먼저 날렸다. 호걸은 자신의 동생들인 호식, 호구, 호돌의 4형제를 이끌고 사자 구역으로 넘어가서 꿀잠을 자던 포철을 툭툭 치면서 시비를 걸었다.

포철은 당황했으나, 곧 상황을 파악하고 동생 인철, 강철, 그리고 절친 ‘드래곤’과 함게 호걸 형제들에게 맞선다.

곧 호걸과 포철의 1:1 싸움이 벌어졌다. 싸움은 호걸에게로 유리하게 흘러갔다. 호걸과 포철은 치열한 공방을 주고 받았지만, 호걸의 무한싸대기를 감당하지 못한 포철이 쓰러졌고 호걸은 올라타고 목줄기를 물어뜯었다.

이에 기세가 오른 호식, 호구, 호돌등 호걸의 동생들이 인철, 강철, 드래곤을 쫒아내고 포철을 집단 린치하기 시작했고 포철은 그대로 죽을수도 있는 위기에 빠지게 되었다.

하지만 에버랜드 사육사들은 몸값 비싼 아프리카 사자가 그대로 죽게 놔둘 수 없었다.

합사 초기라 개체수 조절이 더욱 중요해서 그랬을지도 모른다.

인류가 개입한 것이다.

사육사들은 소방호스로 물줄기를 쏘았다. 뜬금없이 엄청난 물벼락을 맞은 호식, 호구, 호돌이는 포철 린치를 멈추고 물러났다. 그 덕에 기세에 눌려 물러났던 인철, 강철, 드래곤이 적당하게 자리를 잡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호걸만큼은 달랐다. 이 녀석은 포철의 목줄기를 물고 절대로 놓아주지 않았다.

그러자 사육사들은 패트롤카를 동원해서 호랑이들의 궁뎅이를 들이받아버렸다.

호걸도 이것만큼은 어쩔 수 없었는지 물러난다. 헌데 다 죽어가던 포철은 사자왕답게 마지막 힘을 냈다. 포철은 목에서 피를 철철 흘리면서도 일어나더니 호걸에게 분노의 공격을 퍼부었다. 물줄기도 쳐맞고, 패트롤카에 받히고, 포철의 악에 받친 공격까지 쳐맞은 호걸은 감당하지 못하고 호랑이 구역으로 달아났다.

우두머리 호걸이 빠지자 호식, 호구, 호돌은 인철, 강철, 드래곤에게 참교육을 당하게 되고, 특히 호돌이 큰 중상을 입었다.

결과적으로 포철 일파가 승리했다. 사자들의 시대가 열리게 되었다.

하지만 이 승리를 이끌어낸 포철은 호걸과의 싸움의 후유증으로 인해 전치 6개월짜리 중상을 입고 격리되어서 치료를 받게 된다.

3. 전투 이후, 그리고 새로운 왕의 등장

동료를 버리고 달아났던 호걸은 인망, 아니 호망을 잃었다. 동생 호식, 호구 그리고 ‘관악’ 이라는 젊은 호랑이들에게 린치당하면서 호랑이 파의 두목 자리를 내어주게 된다.

한편, 호랑이 시대를 종식시키고 사자 천하를 구축한 포철은 그 영광의 자리를 누리지 못했다. 상술했다 시피 호걸에 입은 부상 때문에 병원으로 후송된 사이, 당시 사자파의 2인자였던 ‘천하’ 라는 사자가 우두머리로 등극하고 완전히 사자 무리를 손에 넣어버렸다.

이 ‘천하’는 포철보다 덩치는 작았지만 전투센스만큼은 천부적인 타고난 싸움꾼이었다. 천하는 포철의 동생인 인철과 강철을 굴복시킨 다음, 호랑이 파의 새로운 우두머리로 떠오른 관악을 꺾고, 2인자인 호식마저 1:1로 발라버리면서 완벽한 사자의 시대를 선포했다.

호걸을 집단 린치로 쫒아낸 관악과 호식은 선왕 호걸과는 달리 싸움을 더럽게 못하는 용렬한 무리였던 반면, 천하는 선왕인 포철을 뛰어넘는 엄청난 실력의 보유자였다. 한마디로 호걸이 없어진 호랑이 파는 이미 사자에 대항할만한 인물이 없었던 것이다.

사파리는 이미 ‘천하’가 완전 장악하고 있었다.

그리고 6개월 뒤, 포철이 돌아왔을때 그곳에 자신의 자리는 없었다. 포철은 인정할 수 없었다. 인철과 강철을 꼬드겨서 잃어버린 왕좌를 찾고자 하였다. 사자는 천하의 무리와 포철의 무리로 분단되게 되었다. 이 상황을 해결한 것은 다름아닌 호랑이파의 두목 호걸이었다.

4. 호랑이들의 반격

관악과 호식, 호구 모두 포철이나 천하의 상대가 되지 않는 용렬한 호랑이들이었다. 이들은 괜히 사자에게 얻어맞고 오기 십상이었고, 결국 호랑이들의 왕좌는 자연스레 최강의 개체인 호걸에게로 돌아왔다. 호걸은 사자들에게 빼앗긴 헤게모니를 되찾아오고자 했다.

이 무렵 포철과 천하의 항쟁은 격화되고 있었다. 두 무리는 서로를 원수보듯 하고 있었다.

이때 호걸은 동생인 호식, 호구, 호돌 그리고 뒷통수를 쳤던 관악에 명호, 호중까지 끌어들여 7마리를 이끌고 오랜 원수인 포철의 무리를 덮쳤다. 포철 일파의 인철, 강철, 드래곤 등이 맞서싸웠으나 압도적인 숫자에 도주.

 

호걸과 포철은 다시 1:1 매치업을 가진다.

포철이 붕붕훅을 날렸으나 호걸은 예의 불꽃싸대기로 응수했고 포철은 누적된 데미지를 견디지 못하고 다운… 리벤지 매치는 호걸이 가져간다.

이어 호걸일파는 천하의 무리를 덮쳤다. 이 습격은 과거 천하에게 쳐발렸던 호식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천하의 일파였던 한라, 백두는 호랑이들의 기세에 눌려 달아나고 포철때와 똑같은 상황이 벌어진다. 단, 매치업은 천하와 호식의 1:1 대결.

하지만 호식은 천하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전설의 사자 위빙(이게 천하 vs 호식은 아님)

호식은 호걸처럼 불꽃싸대기를 날려보려 했으나 호식의 버전은 허접했고 천하는 가볍게 위빙으로 피한 다음 목덜미를 물고 그대로 눕혀버렸다.

순식간에 제압당한 호식은 천하에게 깔렸고, 이를 보다 못한 호구가 천하에게 달려들면서 호랑이들은 천하를 집단 린치했다.

이 린치에 호걸은 가담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싸움 후에 사자들 사이에선 천하 > 포철이 성립되어버렸다. 상대가 호걸 / 호식이라는 차이가 있지만 다수의 호랑이에게 둘러쌓인채로 호랑이에 쳐발린 포철과 천하 사이에 클래스 차이가 생겨버린 것.

심지어 포철일파의 2인자인 인철마저 배신하고 천하에 붙어버리는 통에 포철은 왕좌에서 쫒겨나고 호걸의 보호를 받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

이후 사파리에는 평화가 깃들었다.

호랑이와 치열한 투쟁을 벌인 천하는 호랑이들도 뭉치면 강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반대로 호랑이측은 호걸이 나서지 않는 한 천하에 덤빌만한 개체조차 없었다. 또한 호걸은 더이상 사자와의 분쟁에 관여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서 권력의 추는 사자에게로 기울었고, 포철이 바랬던 대로 사자들의 세상이 열렸다.

천하가 왕인 채로. 하지만 천하는 포철보다도 훨씬 평화롭게 사파리를 잘 다스렸고 천하가 왕위에 오른 이후 10여년간은 호랑이와 사자간의 큰 분쟁이 벌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천하가 물러난 후 문제가 발생한다.

1. 악녀 ‘비너스’

비너스는 사자들의 시각으로 절세의 미녀였던 것으로 보인다.

동아일보에서는 아예 비너스가 숫사자들을 갈아치우면서 절대권력을 누린 것으로 묘사할 정도로 당대의 지배자들은 비너스에 빠져서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사자 왕국의 위대한 왕이자 성군이었던 ‘천하’ 집권 말년에 등장한 비너스는 그 매력을 앞세워서 천하를 사로잡고 순식간에 암사자 집단의 실세로 떠오르게 된다.

비너스가 활개 칠 무렵 사자왕들조차 경계했던 전설적인 호랑이 ‘호걸’은 은퇴한 상태였고, 비너스가 보기엔 호랑이들은 아무것도 아닌 허접한 존재들일 뿐이었다.

‘천하’가 은퇴한 이후, 다음 왕인 ‘순식’이 보위에 올랐다. 비너스는 암사자 무리들을 이끌고 호랑이 구역으로 쳐들어가서 호랑이들을 괴롭혔다.

그러던 어느 날 ‘호비’라는 호랑이를 맞닥뜨리게 된다. 후술하겠지만, 이 호랑이는 전투광인 미친녀석이다. 어쨌든 호비에 발린 암사자들의 호출을 받자 왕인 순식이 암사자들을 구하러 와서 호비와 1:1 매치를 벌였다. 허나 호비의 상대가 되지는 못했다.

비너스는 차기 왕으로 여비를 점찍고 있었다. 여비는 ‘삼성 라이온즈’의 ‘이승엽’ 선수가 직접 이름을 지어준 사자로서, 이슈몰이를 할만한 충분한 근거가 있었다. 따라서 에버랜드 측에서 금이야 옥이야 하면서 잘 먹여 키운 준비된 사자였다.

순식이 호비에 발리자 비너스는 즉시 여비에게 가서 교태를 부렸다. 여비는 그런 비너스를 사랑해서 다른 숫사자들의 접근을 막았고, 이에 자신의 하렘이 뭉개진 것으로 생각하고 분노한 순식과 여비는 1:1 매치업을 가지게 된다. 그리고 순식은 왕좌 자리를 여비에게 내주게 된다.

하지만 비너스는 여비조차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 같다. 비너스는 위대한 왕인 ‘천하’의 두아들, ‘아이디’, ‘테크노’ 형제를 주목했다. 여비 집권이 2년째 되던 해, 비너스는 여비를 버리고 아이디를 유혹했고, 아이디와 여비는 1:1 싸움을 벌여서 결국 아이디가 승리하게 된다.

아이디는 훌륭한 왕이었다. 전투력이 탁월했으며, 무엇보다 자신의 동생 테크노와 같이 쌍두마차 체제를 구축하고 협력할땐 협력하고 대립할땐 대립하면서 그림같은 스토리로 사파리를 통치했다. 무엇보다 테크노와 협업이 좋아서, 아이디 혼자서 상대할 수 없을때는 테크노가 같이 도와주는 협종행동도 매우 능숙했다. 왕좌에서 쫒겨난 여비가 호시탐탐 기회를 노렸지만, 아이디와 테크노 체재가 워낙 강고해서 속절없이 손가락만 빨 수 밖에 없었다.

자신이 만족할 만한 최강의 배우자를 얻게 된 비너스는 2004년부터 호랑이 구역을 넘나들면서 호랑이들은 괴롭힌다.

그리고 호랑이들이 대들때마다 당대 왕인 아이디를 호출해서 쳐바른다. 이 시기 호랑이들은 거의 숨도 못 쉴 수준으로 내몰렸다. 당대 호랑이들의 보스는 풍호였는데, 이 풍호조차도 비너스와 비너스를 보호하는 숫사자들의 그림자만 봐도 도망치기 바빴다.

 

2. 미친 호랑이, 호비

사실 호랑이 파에도 아이디나 여비에 대적할만한 녀석은 있긴 했다. 바로 호비.

이 녀석은 개호주 시절부터 다른 호랑이에게 시비를 걸고 다녔으며, 아성체, 성체가 되어서도 여전히 아무한테나 닥치는 대로 시비를 걸고 다니던 싸이코였다. 상대를 가리는 녀석이 아니라서 비너스가 쳐들어왔을때도 호비 근처에 도달하면 호비가 반드시 쳐바르러 나섰으며, 그러다가 본의 아니게 순식을 왕좌에서 끌어내리기도 했다.

여비도, 아이디도, 테크노도 호비와 무진장 싸웠으며 호비는 1 대 다수든 1:1이든 마다하는 법이 없었다. 아마 사파리 역사상 가장 많은 승리와 가장 많은 패배를 동시에 경험해본 개체일 것이다.

문제는 이 녀석의 성향이었다.

이 녀석은 같은 호랑이에게도 기분 조금만 나쁘게 하면 거침없이 싸움을 걸었고, 때문에 같은 호랑이들조차도 사자들보다 호비를 더 싫어했다.

호비가 사자무리에 둘러쌓여 쳐맞고 있어도 아무도 도와주러 나서는 녀석이 없었고(물론 이런 일들이 호비를 더 강하게 만들기는 했다.), 나중에는 호비에 내쫒긴 호랑이가 아이디에 보호를 요청하는 일까지 있었다.

대외적으로는 사자가 우두머리였고 호비도 아이디-테크노 쌍두마차를 넘어선 적은 없었지만, 어쩄든 호랑이 구역 안에서는 호비가 절대적 왕자였다.

단독행동을 하는 호랑이 특성상 1:1로 호비를 꺾어야 왕좌에서 물러날텐데, 1:1에 극도로 강한 호비를 이길 호랑이는 얼마 없었다. 호비는 수단과 방법도 가리지 않아서 도망갔다가 뒤를 치는 일도 있었고 물 마실때나 용변볼때 습격하기도 했다. 상대하기 정말 싫었을거다.

그나마 호비가 부상을 입었을때 암호랑이 세강이 쓰러트린게 전부. 하지만 세강은 당시 중견급 사자들에게도 발리는 개체였다. 이 시기 호랑이들은 그야말로 답이 안보일 정도로 안습했다.

이런 암울한 시대를 거친데는 당대 호랑이 싸움랭킹 1위였던 호비 특유의 광폭한 성정의 영향도 있었을 것이다.

 

3. 사파리 사상 최악의 폭군, 16강.

벵갈호랑이만 존재하던 이곳에 시베리아 호랑이가 한마리 투입된다. 이름은 16강. 월드컵 때문에 지어진 이름 맞다.

아성체 상태로 전입해 온 녀석은 입학 첫날 호비에게 된통걸려서 신고식을 크게 치르게 된다. 이후 16강은 전략을 바꿔서 힘으로 제압하려는 생각은 버리고, 다른 호랑이들과 친하게 지내면서 인망, 아니 호망을 끌어모은다.

호비가 광폭함을 더해갈 수록 16강의 지지세력은 커져만 가고, 그러던 어느날 호비가 16강을 공격하면서 다시 싸움이 벌어지게 된다.

하지만 16강은 더이상 어린 아성체가 아니었고, 250kg의 육중한 체격을 바탕으로 밀어붙이는 16강을 호비는 당할 수 없었다.

라이트 헤비급인 16강에 비해서 호비는 끽해야 200kg이 좀 안되는 그야말로 미들급.

이윽고 호비가 밀리기 시작하자 그간 호비에게 눌려 살았던 호랑이들의 분노가 폭발한다. 호랑이들은 호비에게 린치를 가한다. 그 결과 호비는 개털리게 되고 이후 호랑이 구역 구석으로 찌그러지게 된다.

호랑이들의 1인자로 떠오른 16강은 호랑이들의 1인자가 머문다는 폭포수 구역에서 생전 첫 꿀잠을 청하는데…

그날 하필 ‘카시오’가 암사자들을 이끌고 쳐들어왔다. 이 카시오는 비너스에 버금가는 젊은 미녀 사자로서, 비너스가 했던 행각을 똑같이 따라하면서 악녀 투탑을 달리는 중이었다.

문제는 16강은 호비만 경계하고 살아왔기 때문에 사자 전성기를 직접 경험해보지 못한 것.

16강은 아무 생각없이 카시오를 때려눕혔다. 이윽고 암사자의 호출을 받고 당대 사자왕인 ‘아이디’의 동생이자, 무리의 행동대장격인 2인자 ‘테크노’가 도착했다.

하지만 16강은 210kg 정도인 테크노가 감당하긴 너무 벅찬 상대였고 테크노마저 발린다. 충격의 현장을 목격한 사자들은 시무룩한채로 돌아가고, 16강은 자신의 강함을 확인한다.

2달 후, 16강의 버릇을 고쳐주러 ‘아이디’가 나섰지만 16강은 아이디 마저 쳐바르고 온전히 사파리를 자신의 것으로 만든다.

문제는 그 다음부터 벌어졌다. 16강은 이제 거칠것이 없었다. 심지어 16강은 더욱 커지고 있었다.

16강의 체중은 270kg을 돌파했다. 중견급 사자랑은 거의 80kg의 차이가 났다. 16강은 맘에 들지 않은 호랑이를 괴롭히고 다녔고 뻑하면 사자동네에 쳐들어가서 아이디, 테크노를 위시한 사자들을 마구 패고 다녔다.

포철 시대 이후 패배한 상대가 꼬리를 내리고 도망가면 쫒지않는 것이 암묵적인 룰이었는데 16강은 가차없이 이빨을 들이밀고 쫒아다녔다.

처음에는 호비였다. 과거 자신을 괴롭히던 호비를 찾아간 16강은 호비를 마구 때렸다. 그 다음은 아이디였다. 뜬금없이 사자구역으로 쳐들어간 16강은 아이디를 툭툭 쳐서 깨운 다음 두들겨 팼다. 보다 못한 테크노가 달려들었지만 테크노도 덩달아서 얻어맞았다. 노회한 여비도, 암호랑이 세강도 두들겨 맞았다. 16강은 점점 이상해지고 있었다.

한편, 비너스는 아이디와 테크노 형제에 희망을 잃고 ‘쿠쿠’라는 새로운 개체를 밀고 있었다. 야심에 불타는 쿠쿠는 16강이 비너스를 괴롭히자 가차없이 이빨을 들이밀었다. 그리고 쿠쿠는 그날 존내 맞았다.

16강은 그냥 때리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꼭 어디 한군데 피를 봐야 만족하는 타입이었고, 사파리 직원들은 그런 16강이 활개치는 모습을 가슴을 졸이면서 지켜보고 있었다. 그러다 일은 벌어졌다.

그날도 16강은 사자를 패러 가는 중이었다. 헌데 중견급 사자가 16강에 쳐맞다가 분했는지 싸닥션을 16강에 날렸고 분노한 16강은 그 사자를 두 발로 누르고 목줄기를 물어뜯어서 치명상을 입혔다.

패트롤카가 출동하고 들이받아서 간신히 사자로부터 16강을 떼어놓았지만 그렇게 구조한 사자는 후송된지 몇시간 지나지도 않아서 사망하고 말았다. 16강은 그 순간에도 다른 사자를 두들겨 패고 있었다.

4. 데우스 인류 마키나, 재개입

더이상 16강을 좌시할 수 없어진 사파리측은 16강 포획에 나섰다.

마취총과 패트롤카, 소방호스 등등 상상도 못할 별세계 무기를 장착한 인류의 쓴 맛을 본 16강은 속절없이 사로잡혔다. 그리고…

16강은 고자가 되었다.

생식기를 거세당한 16강의 공격성은 눈에 띄게 줄어들었고, 다른 곳으로 옮겨졌다.

미친 폭군이 사라진 사파리는 원래대로 돌아왔고, ‘아이디’, ‘테크노’의 체제와 ‘호비’의 구도가 다시 들어서게 되었다.

 

1. 백호 군단

폭군은 사라졌다. 사파리는 ‘아이디’ 천하로 돌아왔다.

이전의 아이디의 집권시기는 비너승의 분탕질만 제외하면 비교적 평화로운 시기였고, 이제는 그 비너스도 은퇴한 상황이었다.

아이디의 집권은 사육사도, 사자도, 심지어 호랑이들도 환영하는 바였다. 기회를 엿보고 있던 ‘여비’만이 이 틈을 타서 아이디를 누르고 잠시 왕좌에 올랐으나, 아이디는 곧 동생 ‘테크노’와 연합하여서 다시 왕좌를 되찾았다.

격동의 사회가 지나가는 동안 사파리 틈바구니에서는 조용히 작은 군단이 싹을 트고 있었다.

 

백호는 인기가 많은 개체였다. 백호의 인기에 주목한 에버랜드 측에서도 백호를 밀어주기 시작했다. 백호는 조상인 벵갈호랑이들과 달리 집단행동에 능숙했고, 저들끼리 동족감이 매우 강했다.

백호는 조용히 세력을 늘려가면서 황호와 지역을 공유하면서도 자신만의 권역을 형성하고 그 내부에서 추가적인 서열을 새로 만들었다.

한편, 사파리는 거대한 혼란기를 맞이하게 된다.

당대 최강자이던 ‘아이디’가 호랑이 구역 근처로 마실나왔다가 라이벌인 ‘호비’의 습격을 받아 처절한 전투를 벌였고, 이 싸움에서 격전끝에 호비가 승리를 거둔다. 아이디는 이 싸움의 여파로 전치 6개월의 중상을 입게 된다.

하지만 전회에서 밝혔다시피 호비는 아싸의 극치같은 녀석. 이 녀석에게 사파리의 권좌가 돌아갈리가 없으니 사파리는 통합 챔피언은 물론이고 사자파, 호랑이파 모두 우두머리가 없는 상태에 놓이게 된다.

대혼란을 염려한 사파리측은 사자들과 호랑이들을 격리시켰고, 각자의 구역에서 치열한 왕위쟁탈전이 벌어진다. 사실 호랑이는 왕따 호비를 제외한 나름의 서열이 있긴 했다.

당시 호랑이들은 노장 ‘시저’ 그리고 ‘세강’을 주축으로 뭉쳐있었는데, 당대 백호파의 보스인 ‘칸’이 백호 군단 독립을 선언하면서 백호와 황호들도 치열하게 싸움을 벌이게 된다.

황호와 백호들의 전쟁은 집단전에 보다 능숙한 백호측의 승리로 기울게 되고 세강과 칸이 여러번의 대결을 결친 끝에 칸이 우두머리에 오르면서 백호왕국이 들어서게 된다.

 

2. 사자파의 폭군

한편 사자들의 서열정리 작업도 끝나가고 있었다.

사자들의 새 우두머리는 여비도, 테크노도, 쿠쿠도 아니었다. 바로 새로 합사된 젊은 사자 ‘레오’

레오는 이전의 아이디, 테크노, 투스와는 한단계 위의 전투력을 가진 사자였다. 간이방사장에서 이미 레오는 테크노와 쿠쿠를 쳐바르면서 자신이 사자 최강자임을 입증했고 대드는 숫사자들을 하나하나 모조리 제압하기 시작한다.

더이상 제압할 숫사자조차 남아있지 않게되자 에버랜드 측은 세력전에서 패배한 황호들을 빼고 백호와 사자를 합사시킨다.

레오는 이전의 16강을 연상케할만큼 굉장한 폭군이었다. 레오가 사파리에 투입되자마자 처음으로 한 일은 백호들의 구역으로 쳐들어가서 백호들을 두들겨 패는 것.

이후 레오는 성질에 맞지 않으면 숫사자든 암사자든 가차없이 공격하는 16강급의 공격성을 선보인다. 이 녀석도 도망가는 놈들에게 이빨을 들이미는 타입이라 사파리측에서 잔뜩 긴장하고 있었다. 레오에 시달리던 사자들은 급기야 백호들의 세력권에 도망가서 보호를 요청하기까지 한다. 그야말로 막장.

자신의 하렘이 백호쪽에 가서 붙자 진노한 레오는 사자군단을 이끌고 백호구역으로 쳐들어간다.

 

3. 백호 제국

레오의 기세는 굉장하긴 했다. 일단 실력부터가 전설의 포철, 천하시대 이후 세대 사자들 중에선 독보적이었고 깡따구나 난폭함도 최고였다.

백호 지역에 돌입한 레오는 마구 백호들과 피신한 사자들을 공격하고 다녔고, 이에 백호군단의 독립을 이끌었던 우두머리 ‘칸’이 레오와 맞서면서 항쟁이 격화된다.

레오와 칸은 치열하게 싸웠는데, 능숙한 펀치를 날리는 레오에게 칸은 레오가 한번도 경험한 적 없는 ‘대놓고 물어뜯기’ 작전을 펼쳐서 코를 물어뜯어 피범벅으로 만들어놓는다. 레오는 이에 눌려서 사자구역으로 달아나게 되고 백호 제국이 사파리를 지배하게 된다.

백호 ‘칸’이 집권한 이래 사파리는 평화를 맞이한다…. 백호구역만.

사자 집단은 레오의 패배로 인해 카리스마가 무너지면서 엄청난 분열의 시기를 맞게 된다. 심지어 엎친데 덮친격으로 왕년의 왕자였던 아이디가 복귀하면서 더욱 세력이 잘게 찢어지게 된다. 당대 2인자였던 ‘천하(과거 왕이었던 그 녀석 아님)’가 레오에게 반기를 든데 이어서 아이디가 전투력을 인정받은 암사자들을 자기 파벌에 넣으면서 사자지역은 삼국시대가 열리게 된다.

평화롭게 나날이 지속되던 백호 세계에도 이변이 발생했다. 바로 백호 연쇄상해사건이 벌어진 것. 당대 암컷 우두머리인 홍비와 4인자인 화랑이 동시에 다리에 중상을 입은 것이다. 사파리측은 치료를 했으나 곧이어 또다시 이들이 부상을 입자 우발적 범행이 아닌 계획적 범행으로 예상한다. 문제는 홍비에게 대들만한 개체가 백호구역에 없다는 것.

유력용의자는 암컷 2인자인 유비였다. 그럴만한 힘이 있는 개체는 오직 유비외엔 떠오르지 않았던 것. 마침 유비는 홍비와 왕비자리를 놓고 대판 싸움을 벌인적이 있는지라 최유력 용의자로 떠올랐다.

그런데 범인은 제왕 ‘칸’으로 밝혀졌다. 아직 몸집이 작전 청소년기에 홍비가 칸을 왕따 시킨 일이 있었고, 이에 사육사들은 칸을 격리시킨 다음 흉포성을 키우게끔 훈련해서 안에 방사시켰는데 레오를 제압한 이후 할 일이 없어지자 과거 원한에 대한 복수로 눈을 돌린 것.

이 사건 이후 칸은 격리조치 당하게 된다. 계속 내버려두었다간 암컷들의 생명을 보장할 수 없기 때문.

그 덕에 현재 사파리는 무정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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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가 2015년까지의 상황이네요, 이 이후는 저도 잘 모릅니다. 저도 동물농장, 동아일보, 신조선일보, 사육사 블로그 등지에서 알음알음 모은 내용들을 규합한 거라 오류가 있을 수 있습니다. 지적은 감사히 받아들일게요.

사자, 호랑이 얘들도 인간마냥 배신, 증오, 암투 등등이 난무해서 되게 재밌더라구요. 본문에 채록하지 않았지만 아이디와 테크노가 한 여인을 두고 동시에 사랑을 해서 원한이 극도로 패였다가 아이디가 양보했나.. 해서 극적으로 형제가 화해한 사건도 있습니다. 완전 사랑과 전쟁을 지들끼리 찍고다녔다고.

여튼 재밌습니다.

아, 사파리에서 1:1 어쩌고 하면서 사자가 이긴다, 호랑이가 이긴다 하는 내용들은 대부분 포철, 천하 그리고 호걸, 호비 같이 특출나게 싸움 잘하는 개체들에 한정된 이야기라 이 이야기가 그런 것에 근거로 쓰이지는 않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확실한건 시베리아 호랑이인 16강이 쎄긴 합니다. 이야기 나온거 보면 미친놈 맞긴 함.

 

출처 – FM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