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정빛나 에디터 = 국내 독자 기술로 개발된 최초의 한국형 전투기(KF-X)가 ‘KF-21 보라매’로 명명됐다.
9일 군 관계자에 따르면 무기체계에는 작전운영, 지원 및 문서기록을 목적으로 문자와 숫자 조합으로 구성된 ‘고유명칭’과 별칭에 해당하는 ‘통상명칭’이 각각 부여된다.
한국형 전투기의 경우 ’21세기 첨단 항공 우주군으로의 도약을 위한 중추 전력’, ’21세기 한반도를 수호할 국산 전투기’라는 의미를 담아 고유 명칭은 ‘KF-21’로 정해졌다.
알파벳 K는 ‘Korea(한국)’, F는 ‘Fighter(전투기)’를, 숫자 21은 ’21세기’를 의미한다. 군 관계자는 “21세기 전장을 선도하는 최초의 국산 전투기라는 의미”라고 부연했다.
통상 명칭인 ‘보라매’는 ‘미래 자주국방을 위해 힘차게 비상하는 한국형 전투기’라는 의미가 담겼다.
보라매는 1살이 채 안 된 새끼를 포획해 키운 사나운 매를 의미하는데, 공군을 상징하는 야생 조류로도 잘 알려져 있다. 공군사관학교 생도를 보라매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날 시제 1호기가 출고되면서 한국이 자국산 전투기 개발의 첫발을 뗀 만큼, 보라매는 독자개발의 시작이자 이를 통해 한반도를 수호한다는 포괄적인 의미와 지향점을 담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한국형 전투기 명칭은 국민 공모를 통해 선정된 이름이기도 하다. 공군은 지난해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공모를 거쳐 전투기 명칭을 최종 선정했다.
사업 초창기 전투기 독자 개발을 둘러싸고 회의론이 팽배했던 만큼, 이날 첫선을 보인 보라매 주요 제원도 눈길을 끈다.
KF-X는 길이 16.9m, 높이 4.7m, 폭 11.2m로 미국 전투기 F-16보다는 조금 크고 F-18과 비슷하다.
최대추력은 4만4천lb(파운드), 최대 이륙중량 2만5천600㎏, 최대 탑재량 7천700㎏이며, 최대 속도는 마하 1.81(시속 2천200㎞), 항속거리는 2천900㎞다.
유럽제 미티어(METEOR) 공대공 미사일, 독일 딜사의 공대공 미사일(AIM-2000) 등을 탑재할 수 있다. 방사청은 무장 향상을 위한 공중발사순항미사일(ALCM) 개발도 추진 중이다.
전투기는 통상 성능과 제원에 따라 시기별로 1∼5세대 전투기로 구분되는데, 통상 4세대 전투기는 항공전자 및 레이더 능력이 획기적으로 향상된 첨단 초음속 전투기로 분류되며, 5세대는 스텔스 성능을 기반으로 움직이는 전투기를 의미한다.
이 가운데 보라매는 4세대와 5세대 사이라고 할 수 있는 4.5세대 전투기에 해당한다.
이에 따라 5세대 전투기와 비교하면 스텔스 기능은 부분적으로만 적용됐지만, 기존 4세대 전투기를 뛰어넘는 핵심 기술을 두루 갖췄다.
그중에서도 대표적인 건 국내 기술로 개발된 ‘전투기의 눈’이라고 할 수 있는 AESA(능동 전자주사식 위상 배열) 레이더다.
AESA 레이더는 정보처리 속도가 기계식보다 1천 배가 빨라 동시에 여러 타깃을 추적할 수 있어 공중전은 물론 지상·해상 표적에 대한 정밀타격을 가능하게 하는 장비다.
가시거리 밖 항공기나 미사일로부터 방출되는 적외선 신호를 탐지·추적하는 IRST(적외선 탐색 및 추적장비)를 비롯한 핵심 항공전자장비도 탑재돼 있다.
방사청은 향후 공대지 전투능력 향상을 위한 추가 무장시험을 추가로 진행할 계획을 하고 있다.
방사청 관계자는 “KF-21 개발에 최종 성공하게 되면 우리 공군은 훈련(훈련기)부터 영공수호(전투기)까지 국산 항공기로 자주국방의 한 축을 담당하고 세계 속의 강군으로 도약하는 발판을 마련한다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