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폐 그 자체” 지역 주민들이 떼쓰는 바람에 생겼다는 지하철 역

2021년 September 6일   admin_pok 에디터

딱히 쓸모가 없는데도 지역 주민들의 욕심으로 인해 생긴 지하철역이 있다.

첫번째. 흥덕역

인덕원~동탄 복선 전철 사업은 총 사업비 2조 7,190억을 투입해 총 17개의 정거장을 약 37.1km의 구간이다.

안양 인덕원역과 화성의 동탄역, 오산의 서동탄역을 잇는 해당 광역 전철은 2020년 상반기부터 노반 실시 설계에 들어갔고, 2026년 개통을 목표로 현재 공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해당 공사로 인해 지하철 4호선 뿐만아니라 분당선, 신분당선과도 환승이 가능해졌다.

당시 경기 서남부와 서울 동남부 사이의 교통을 크게 개선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으며, 해당 지역 주민들의 뜨거운 호응을 받았다.

그러나 용인시 흥덕 지역 주민들의 요구로 원래 계획에 없었던 ‘흥덕역’이 환승역으로 추가가 되면서 논란이 됐다.

논란이 됐던 이유는 흥덕역이 추가됨으로써 변형되는 철도 선형을 보면 자세히 알 수 있었다.

흥덕 지역 주민들은 “흥덕역 추가로 인한 선형 변경으로 이동 시간이 1~2분 밖에 늘어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2km 증가하는 거리와 커브로 인해 발생하는 표정속도 감소를 고려하면 증가 시간은 약 5분 정도 된다.

여기서 5분은 러시아워 때의 인덕원선 배차와 비슷한 수준이며, 발주해야 하는 전동차도 최소 2편성 이상이 증가하게 된다.

또한 이에 추가로 발생하는 예산 역시 최소 100억 원으로 추정됐다.

게다가 흥덕지구의 많지 않은 인구도 문제가 되고 있다. 흥덕지구에는 약 3만 명 정도가 살고 있는데 택지지구가 서울의 베드타운 성격으로 조성되었고, 이미 주변에 광교신도시나 영통지구, 신갈오거리 등 초대형 상권이 위치하고 있었다.

따라서 흥덕지구에는 2019년 기준 흔한 스타벅스나 맥도날드 하나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소규모 상권에 일반 역도 아닌 환승역을 짓자는 흥덕 주민들의 주장에 반발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아울러 흥덕역은 예비타탕성 조사에서 편익비용비 1을 넘지 못했다. 역 추가에 소요되는 예산을 지자체가 100% 부담해야했다. 용인시의회가 사업비 전액 1,580억 원을 부담해야 했다.

두번째. 무안공항역

국토의 효율적인 이용과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해 호남축 수송체계 강화의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호남권 고속 교통망이 구축됐다.

2015년 4월에 개통된 호남고속선 1단계 구간이다. 덕분에 광주까지는1시간 33분, 목포까지는 약 2시간 15분만에 도착하게 됐다.

이어 2017년 1월에는 호남선 광주송정역과 고막원역을 잇는 2단계 고속화 사업이 착공되면서 ‘무안공항역’ 추가에 대한 논란이 불거지기 시작했다.

지역 활성화에 도움이 되고자 진행된 프로젝트였다.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시간 낭비, 돈 낭비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무안공항역은 인천공항 1,2터미널 역에 이어 다섯번째로 공항과 철도를 연결하는 역이다.

하지만 무안공항의 수요를 본다면 오히려 무안군 지역 내 수요를 잡는 게 더 나을 정도로 공항 이용객의 수가 충분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수도권이나 충남지역 시민들은 가까운 인천국제공항이나 김포공항을 이용하며, 비교적 가까운 광주 시민들마저도 인천공항을 주로 이용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무안국제공항는 수요 자체가 그리 많지 않아 매년 수백억 적자를 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무안국제공항 활성화를 목적으로 호남고속철도 2단계 구간이 무안공항을 경유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원래 ‘직선형’으로 설정되어 있던 구간이 무안공항역을 거쳐가는 것으로 수정되면서 곡선 철도로 채택됐다. 따라서 원래 계획됐던 경로에 비해 상당히 굽어진 형태의 경로를 취하게 됐다.

곡선 구간이 늘어나면 목표까지 가는데 걸리는 시간이 늘어날 뿐 아니라 추가로 발생하는 예산 역시 증가하기 때문에 논란이 됐다.

또한 호남고속철도 1단계 구간 개통 이후 인천국제공항으로 꽤 높은 수요가 이탈하기 때문에 이 역으로 인해 무안공항으로의 접근성이 향상한다해도 다양한 행선지가 나올 가능성은 희막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작 목포를 방문하는 승객들은 요금 인상이라는 폭탄을
떠안게 되는 문제가 생겼다. 이에 청와대 홈페이지에 국민 청원까지 올라왔다.

여전히 무안공항역 경유에 대한 여론은 부정적이다.

세번째. 오송역

오송역은 경부 고속선과 호남고속선의 분기역이자 충북선과의 환승역이다.

그러나 오송역은 국가 기간 교통망이 이상하게 변형될 수 있다는 최악의 사례로 꼽히고 있다.

1991년 경부고속선이 충북선 오송역 바로 위로 지나가는 것으로 최종 확정됐다. 그러면서 청주 및 청원 지역 주민들은 ‘호남고속철도 분기역 오송(청주) 유치위원회’를 설립하며 본격적인 유치활동에 나섰다.

원래 천안 아산역과 대전분기가 강력한 후보였고, 오송역은 대전 수요를 놓치고, 선형적인 측면에서도 그다지 유리한 상황이 아니었다. 그래서 당초 분기역 지정 가능성이 세 지역 중 가장 낮았다.

그러나 유치위원회와 충북 정치권에서 ‘X축’ 논리를 내세우며 호남고속선 분기역 유치전에 참여했다. 여기서 X축 논리란 기존 서울과 영남을 잇는 경부고속선과 강원과 호남을 잇는 고속철도의 교점에 오송이 자리잡고 있다는 논리다.

언뜻 봤을 때는 타당해보이지만 정작 모든 노선이 모이는 곳에는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 문제였다.

당시 역 신설이 계획된 지역 주변에는 막 개발되기 시작한 바이오 단지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러나 참여 정부에서 추진한 수도 이전에 위헌 결정이 내려지면서 오송유치위원회 측으로 유리하게 작용하기 시작했다.

게다가 수도 이전이 무산되면서 ‘호남고속선은 지역 균형 발전 명목으로 지어주면서 충청도는 무시한다’라는 여론이 나왔고, 이에 거주민들이 들고 일어난 것이다.

이 과정에서 대대적인 시위와 테러 협박까지 난무하는 상황이 속출했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이와 관련된 위기를 타개하고자 각종 공약을 쏟아냈고, 충북 정치인들은 오송 분기를 공약으로 내걸면서 결국 2005년 6월 고속철도 분기역으로 오송역이 선정됐다.

그러나 피해는 호남고속철도를 이용하는 호남 지역 시민들이 떠안게 됐다.

결국 2,200원을 더 지불하고도 시간 단축 효과를 누릴 수 없게 된 호남인들은 시간적, 금전적 손실을 모두 감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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