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 아파트에서 60대 택시기사와 동거하던 전 여자친구를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이기영(31)에 대해 세간의 관심이 뜨겁다. 특히 이기영에게 당한 다른 피해자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가설이 제기되면서 이기영이 유영철이나 강호순 같은 유명 연쇄살인범과 마찬가지로 사이코패스일 수도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이기영은 지난 20일 음주운전을 하다 택시와 접촉사고를 낸 뒤 택시기사인 60대 남성을 집으로 유인해 둔기로 살해하고 시신을 옷장에 은닉했다. 또 지난 8월 파주 아파트에서 집주인이자 전여친이었던 50대 여성을 살해해 시신을 파주시 공릉천변에 유기했다. 경찰에 범행이 발각된 것은 동거하던 현재 여자친구가 집에 방문했다가 옷장 속 시신을 발견하면서다.
경찰은 이기영의 범죄와 그 사고방식에 비상식적인 측면이 많다며 사이코패스가 아닌가 의심하고 있다. 이에 프로파일러를 추가 투입해 검사를 진행할 방침이다. 이수정 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자기가 한 일에 대한 상황 판단이 일반인과 좀 다른 것 같다”며 “적어도 닷새 동안 집에서 시신과 함께 생활하고 여자친구를 집으로 불러들인 것을 보면 희로애락의 감정이 일반인과 다르다. 이런 점에서 사이코패스일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기영은 과거 유명했던 사이코패스 유영철, 강호순 등과 어떤 공통점을 가지고 있으며 무엇이 다를까? 하나씩 알아보자.
택시기사 살해범 이기영과 사이코패스 연쇄살인범 유영철, 강호순의 공통점
20명을 살해한 희대의 연쇄살인범 유영철
일반적으로 사이코패스라고 함은 범죄자용 사이코패스 테스트인 PCL-R(Psychopathy CheckList-Revised)에서 높은 점수를 기록한 사람을 말한다. 40점 만점인 이 테스트에서 유영철은 28점을 맞았고, 강호순은 27점을 맞았다. 엄인숙이라고 하는 여자 연쇄살인범이 40점 가까운 점수를 맞았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이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경찰이 이기영의 사이코패스 여부를 파악하고 있다면 이기영도 이 테스트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 몇 점이 나올지는 알 수 없으나 저지른 범죄의 과감함과 죄책감 없는 태도를 보면 꽤 높은 점수를 받을 수도 있는 노릇이다.
그렇다면 본격적으로 이기영과 유영철, 강호순 등 사이코패스 연쇄살인범들의 공통점을 함께 알아보자.
연쇄살인범 유영철, 강호순… 사이코패스들과 택시기사 살해범 이기영의 공통점
10명의 여성을 살해한 연쇄살인범 강호순
1. 집으로 끌어들여 살해했다 /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이기영과 유영철의 공통점은 피해자를 집으로 끌어들여 살해했다는 점이다. 택시기사를 합의금 주겠다며 집 안으로 데려와 살해한 이기영과 마찬가지로 유영철 역시 살해한 20명의 피해자 중 총 11명의 피해자를 집 안으로 끌어들여 살해했다.
유영철은 전화방 도우미와 마사지 도우미 등 여성들을 불러들여 가짜 경찰 신분증으로 경찰인 척 제압한 뒤 자신의 오피스텔 욕실에서 살해했다. 이때 집에서 시체를 처리하기 위해 많은 양의 물을 사용했는데, 오피스텔 주인은 유달리 수도세가 많이 나와서 이상하게 여겼다고 한다.
반면 강호순은 자신의 차량인 에쿠스와 무쏘를 이용했다. 주로 길에 있는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던 피해자들을 태워다 주겠다며 차량 안으로 유인한 뒤 살해했다.
사이코패스 유영철 강호순… 연쇄살인범들과 택시기사 살해범 이기영의 공통점
개를 키우며 선량한 인상이었다는 이기영과 공통점이 많은 강호순
2. 개를 키우는 선량한 청년 / 범행 사실이 알려지자 이기영과 같은 동네 사람들이 이기영에 대해 하나같이 한 말이 있다. 그것은 바로 “밝은 얼굴로 인사를 잘하는 청년”이라는 점이다. 이기영은 범행 사실이 밝혀지기 며칠 전까지 자신의 진돗개를 산책시키며 ‘훤칠하고 쾌활한 청년’으로 인식됐다고 한다.
평소 같이 반려견을 산책시키며 가깝게 지냈다는 한 주민은 이기영에 대해 “키는 175cm 이상 이었고, 항상 쾌활한 모습을 보였다”라며 “지금 생각해보면 이 모든 것이 거짓 이었다”라고 진술했다.
이는 연쇄살인범 강호순과 일치하는 공통점이라고 할 수 있다. 강호순은 평소 개 농장을 하며 여러 마리의 개를 키웠고, 키가 훤칠하고 잘생긴 호감형 얼굴이라 평소 사람들에게 좋은 첫인상을 가지고 있었다. 또 강호순은 피해자들을 태운 차량에 일부러 개와 함께 있는 사진을 붙여놔 ‘개를 키우는 좋은 사람’인 척 안심시켰다고 한다.
유영철 강호순처럼… 사이코패스 연쇄살인범일지도 모르는 택시기사 살해범 이기영
법원에 출두한 이기영의 모습
3. 살인동기와 목적 / 그러나 이기영, 강호순, 유영철 세 사람은 살인동기와 목적이 제각각이다. 먼저 유영철은 수차례 절도죄로 교도소에 드나들다가 2000년 교도소에서 장기간 복무하게 되면서 사회에 대한 적개심이 극에 달했다. 그는 처음에 자신의 아내와 아들을 살해하려고 마음 먹었으나 생각을 바꿔 관계없는 사람들을 무차별 연쇄살인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래서 유영철은 성별이나 직업, 사는 곳 등 아무런 관련 없는 사람을 20명이나 살해했다.
강호순은 쾌락살인마로 분류되는 케이스다. 그는 성적인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해 여성만을 골라 살해했으며, 첫 살해인 네 번째 아내와 장모를 죽인 방법(방화)말고는 8명의 여성을 전부 목졸라 살해했다.
반면 이기영은 아직 수사중이라 확실하진 않으나 살해 방법과 동기와 목적이 전부 모호한 상황이다. 경찰은 이기영이 전여친과 택시기사의 신용카드로 7000만원이 넘는 돈을 사용한 것을 보고 금전적 목적을 위한 살인이 아니었을까 추정하기도 했다. 이는 예전에 집안 식구들을 살해하고 4억6000만원의 보험금을 취득한 엄인숙의 범행 목적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이기영은 살해한 택시기사의 신용카드로 귀금속과 명품백을 구입해 현재 여자친구에게 선물했다. 또 술값과 유흥비로 탕진하기도 했다. 그 금액이 자그마치 5000만원이 넘는다. 또 동거하던 전여친의 신용카드로도 2000만원을 사용했다. 전여친 명의 앞으로는 총 1억원 가량의 빚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