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경찰청은 익명으로 진행된 교원능력개발평가에서 여성 신체를 비하하고, 성적 불쾌감을 유발하는 답변을 쓴 학생 A군을 피해 교사들의 신고에 따라 이달 초 피의자로 형사 입건했다.
A군은 지난해 11월 실시된 교원평가에서 교사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남길 수 있는 자유 서술식 문항에 ‘XX 크더라’, ‘김정은 기쁨조나 해라 XX’라는 등 성적 불쾌감을 유발하는 내용을 적었다. 교원평가는 익명으로 이뤄지는 점 때문에 글을 쓴 학생을 특정하기 어려울 것으로 우려됐지만, 교사와 학교 측의 신고로 경찰이 수사를 벌인 결과 A군이 작성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A군은 경찰 조사에서 범죄사실을 인정했고, 경찰은 A군을 성폭력특별법 위반(통신매체이용음란) 혐의로 입건한 뒤 사건을 검찰에 넘겼다.
이와 관련해 교육청 관계자는 “교원평가에서 성희롱 상황이 발생한 뒤 피해 교사를 특별 휴가와 공무상 병가 등을 통해 격리조치하고 심리 치료 등을 지원했다”라며 “교원평가 시스템 문제에 대해 교육부가 대책을 논의 및 검토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2010년부터 매해 11월쯤 추진된 교원능력개발평가는 학생과 학부모가 객관식, 자유서술식 문항을 통해 교원들의 학습 및 지도 등을 익명으로 평가하는 방식이다.
결국 해당 가해 학생은 교권보호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최근 퇴학 처분을 통보받았다.
지난 25일 세종시교육청에 따르면 A고등학교는 지난 19일 교권보호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가해 학생에 대해 퇴학 처분을 통지했다. 앞서 A고등학교는 지난 17일 교권보호위원회를 개최하는 등 지난 한 달여 동안 두 차례에 걸쳐 회의를 진행한 끝에 가장 강력한 처분을 결정한 것이다. 그동안 학생의 교사 대상 성적인 모욕에 다소 온정적으로 처리해온 관례를 깬 상징적인 결정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특히 이번 가해 학생에 대한 조치는 교원평가 성희롱 피해와 관련해 이례적인 중징계다. 교권 침해 문제, 교사 대상 성희롱에 대해 달라진 사회 인식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게다가 이번 사건의 경우 피해 교사만 최소 6명에 이르고, 공론화 과정에서 사회적인 비판 여론도 높아졌다는 점을 감안한 징계로 풀이된다.
다만 해당 가해 학생은 대학 진학을 앞둔 상태로 퇴학 처분 재심 청구 절차 등에 대해 교육청에 문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A군은 퇴학 조치를 받은 날부터 15일 또는 퇴학 조치를 한 날부터 10일 이내 징계조정위원회에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
해당 사건이 각종 언론 매체를 통해 큰 관심을 모으면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교원평가 성희롱 피해사례 전수조사를 실시했다.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교사 10명 중 7명이 직접 피해를 보거나 다른 교사의 피해를 목격했다고 답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대부분이 그냥 참고 넘어갔다(98.7%)고 했고, 고소나 고발을 진행한 것은 0.3%에 불과했다. 이번 퇴학 처분이 이같은 일탈 행위에 대한 엄중한 메시지를 줄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현재 교원평가는 학생과 학부모가 온라인으로 익명이 보장된 상태로 교사의 학습 및 생활지도 역량에 대한 만족도 평가(5단계 척도)와 자유 서술형 답변을 남기는 방식이다. 이를 교사가 열람하는데, 서술형 항목에 어떤 문제성 발언을 남기더라도 신원을 찾아낼 수 없다는 점 때문에 논란이 계속됐다.
교원단체들은 교원평가가 교사에 대한 인격모독과 성희롱이 이뤄지는 수단으로 전략했으며 시스템을 보완하거나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교원평가는 ‘인기평가’, ‘모욕평가’로 전략했다”면서 “교권추락을 조장하는 실패한 제도는 즉각 폐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도 교원평가의 전면 개선 필요성을 강조하며 “개선안이 마련될 때까지 시행을 유보하거나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해달라”고 교육부에 요청했다.
하지만 교육부는 교원평가 폐지는 어렵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교원평가 제도는 당분간 계속 유지될 전망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향후 교원단체와 학부모, 전문가 등의 의견 수렴을 거쳐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김주영 에디터 ⓒ지식의 정석 (무단복제 및 재배포 금지)/사진 =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