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은평구 대조동 재개발 지역에서 의문의 유골 30여구가 발견돼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지난 2일 은평구 대조동 대조제1구역주탁재개발 지역에서 터파기 공사를 하던 중장비 기사는 이날 오후 2시30분쯤 지하 4~5m 깊이에 묻혀있던 인골을 발견했다.
4일 현장 공사장 관계자는 “두개골도 모두 한 방향이었고, 유골이 한 데 모여 있어 잔인한 모습이었다”며 “비위가 약한 인부들은 가까이 가지 말라고 따로 이야기했을 정도”라고 말했다. 한 유골은 두개골이 반파돼 있는 등 훼손된 채였다.
현장 감식을 진행한 서울경찰청 과학수사대 관계자는 “범죄로 인한 집단 매장인지를 중점으로 수사했으나, 가까운 시일 내에 매장된 게 아니었다”며 “뼈 안에 해면질이 다 없어진 걸로 봤을 때 오래 전에 묻힌 것”이라고 밝혔다. 일단 범죄 혐의는 없다는 취지다.
그러나 30여구 모두 관이나 유류품 하나 없이 유골만 무더기로 발견되면서 의문은 증폭되고 있다. 대조1구역에서는 지난해와 2021년에도 유골 14구와 9구가 각각 발견됐지만 당시엔 관과 함께였다.
공사장 관계자는 “여긴 팔 때마다 유골이 나온다. 작년에는 한번 나올 때 2구, 6구 이렇게 조금씩 나왔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그땐 목관·석관 등이 함께 나왔다”고 기억했다. 은평구청 관계자는 “동네 어르신들 말씀에 의하면 근처가 옛 공동묘지 터였다고 한다”며 “1~2년 전에 나온 유골들은 그래서 1900년대 것으로 추정되는 관에 정상적으로 매장돼 있었다”고 말했다.
‘관 없는 유골’과 관련, 현장 조사 보고를 받은 문화재청 관계자는 5일 “사망 연대는 조사를 더 해봐야겠지만 50~60년 전의 무연고 인골들로 보고 있다”며 “수십 년 전의 집단 매장인 만큼 6·25 전쟁 피해자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2021년 대조1구역 재개발 전 주택재개발조합의 의뢰를 받아 표본조사를 실시한 문화재청 소관 수도문물연구원 관계자는 “발견된 유골이 30여구가 맞는지도 경찰 등 추가 조사를 통해 밝혀내야 한다”고 말했다. 수도문물연구원은 2021년 대조1구역에서 조선시대 중·후기의 토광묘(일반 무덤) 1기와 회곽묘(석회관) 3기를 발굴했지만, ‘현장 보존 가치는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수도문물연구원 측은 “이번에도 오래된 문화재의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발견된 유골들의 수습이 끝나는 대로 국립과학수사원에 감정을 의뢰할 예정이다. 무연고 유골로 확정될 경우 은평구청이 행정 처리를 인계 받게 된다. 한편 대조1구역에 들어서는 아파트 대단지는 총 2083세대로 구성된다. 공사 일정은 2026년 1월까지다.
김주영 에디터 <제보 및 보도자료 help@goodmakers.net 저작권자(c) 포스트쉐어,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사진 = 온라인 커뮤니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