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지방법원이 성전환수술을 하지 않은 트랜스젠더 여성에 대해 법적으로 남성에서 여성으로의 성별 정정을 허가했다.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은 14일 보도자료를 통해 위의 사실을 발표했다.
공감은 “서울서부지방법원 제2-3민사부(재판장 우인성)가 지난달 15일 트랜스젠더 A씨에 대한 성별 정정을 허가했다”라고 밝혔다.
당시 재판부는 “당사자의 의사에 반하는 성전환수술 강제가 개인의 존엄을 침해하므로, 수술이 아닌 다른 요건에 의하여 그 사람의 성 정체성 판단이 가능하다면 그에 의하여 성 정체성을 판단하면 된다”고 발표했다.
이어 “정신적 요소가 정체성 판단의 근본적 기준이며, 생물학적, 사회적 요소보다 우위에 두어 판단해야 한다”며 “외부 성기가 어떠한가는 성 정체성 판단을 위한 평가의 필수 불가결한 요소는 아니라고 보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A씨는 성전환 수술을 하지 않아도 법적으로 여성으로 성별을 정정할 수 있게 됐다.
해당 결과를 얻어내는 길은 수월하지 않았다. 지난 1심 재판부는 A씨가 성전환수술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성별 정정을 허가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사회적 혼란과 혐오감 불편감 당혹감 등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며 성별 정정 허가 신청을 기각했다.
이에 대해 항소심 재판부는 “성전환자의 외부 성기가 제삼자에게 노출되는 경우는 극히 이례적”이라며 “극히 이례적인 경우를 전제하여 혼란, 혐오감 불편감, 당혹감 등이 사회에 초래된다고 일반화할 수 없다”고 말했다.
공감에 따르면 A씨는 태어날 때 ‘남성’으로 출생신고가 되었지만, 어렸을 때부터 여성으로서의 성 정체성이 확고하여 만 17세인 2015년부터 꾸준히 호르몬요법을 받았다.
가족은 물론 학교와 직장에서도 온전히 여성으로 생활했다고 한다.
해외 역시 정책이 비슷한 추세로 가는 분위기다. 스웨덴은 1972년 제정된 성별 정정 관련 법률에서 성별 정정을 위해 성전환수술을 요구하는 조항이 있었지만, 2012년 12월 19일 위헌 결정이 나면서 폐지됐다.
또 스웨덴은 이에 따라 1972년 7월부터 2013년 6월까지 성별 정정을 위해 자신의 뜻과 달리 생식능력을 박탈하게 된 트랜스젠더에 대하여 금전배상을 하라고 판결하기도 했다.
공감 측에 서서 사건을 대리한 장서연 변호사는 “이제 더 이상 트랜스젠더 당사자들이 법적 성별 정정을 위하여, 원하지 않는 수술을 강요당하지 않기를 바란다”며 “이번 결정이 다른 법원에도 확대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사진 출처=온라인 커뮤니티, 픽사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