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을 봉사했던 안내견 맥스의 가슴 먹먹한 암투병기

2017년 October 13일   admin_pok 에디터

2월 21일…

얼마전까지 잘 지내던 녀석이 기침을 하며 기력도 없어보인다.

뭔가 녀석에게 큰일이 생긴 모양이다.

이게 대체 무슨일일까? 병원에 가보기로 했다.

유난히 녀석의 표정은 어두워 보였다

자기가 무슨 병에 걸린건지 알았던 모양인건지. 기가막힐 노릇.

…… 설마 설마 했는데 예상보다

녀석은 더 큰 병에 걸렸다.

은퇴견을 키우던 나에게 날벼락이 생겼다. 아니 녀석에게 날벼락이지..

평생을 봉사하다 이제 여생을 편안히 보내볼까 하는 애에게 암이라는 청천벽력같은 일이 생겨버린것이다.

의사 선생은 나에게 거듭 강조하며 말씀을 번복했다.

“평생 사람을 위해 살아온 견공입니다.. 반려견보다 더 힘든 삶을 살았던 애들이죠

안내견들이 갑자기 쓰러져서 갑자기 하늘나라로 가는거? 엄청나게 많아요

불행이라 생각하지 말고 자책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관련 간부들뿐만 아니라, 그 애가 평생 봉사해준 시각장애인 부부가 찾아왔다.

갑작스런 병으로 녀석은 기운이 없어보인다.

일단은 병원에 맡겨보도록 했다.

집으로 오는길….

언제나 발랄한 그 녀석이 없는 자리가 왜이리 허전한지…

오복이만 덩그러니 날 빤히 처다보고 있다.

2월 23일

결국 암이란게 확정되었다

혈관육종…. 심장에 걸려 있는 치명적인 암이다.

이제 녀석의 여생은 불과 한달밖에 남지 않았다는 이야기도 되는것이다…

녀석의 평생 봉사의 끝이 결국 이거란 말인가. 참으로 불쌍하고 애석했다.

시한부가 예견되어있는 무시무시한 병에 비해서.

덤덤한 녀석의 표정…

과연… 녀석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오늘은 녀석들 그냥 집으로 데리고 왔다

집에는 전에 봉사했던 시각장애인분도 찾아오고 자기들과 친한 사람들이 방문했다.

… 아픈몸을 이끌고 예전처럼 발랄한 표정과 행동으로 반겨주는걸 보니

성격 하나는 정말 친절하다니까…

이미 녀석은 시한부다.

조금 있으면 하늘나라로 간다고 한다.

하지만 그래도 마지막 여생.

그렇게 봉사했는데.

최대한 재미있는거 많이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3월 18일

죽을 병에 걸려도 지킬건 지키는 녀석….

기운이 조금만 생겨도 배변을 가려야 겠다며 보챈다.

사실 배변을 핑계로 산책을 나가고 싶었다 보다.

내가 이웃들과 대화를 나누면 저렇게 내 무릎에 앉아 대화를 경청하곤 한다.

이제 몇주일후면 저런 일상도 마지막일텐데..

지금은 생각하고 싶지 않다…

난 녀석에게 암 퇴치에 도움이 되는 식단을 계속 제공하고 있는 중이다.

아무리 안내견출신이라지만 아픈 기색 하나없고 순순히 따라주고, 잘 먹어주는 녀석을 모습을 보면 참 사람과 다를게 없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 기력이 없어 밖에서 배변을 볼수 없다는걸 알아챈 모양인지 이젠 배변패드를 깔아놓으니 밖으로 가자고 보채지 않고 자기가 알아서 일을 본다.


아직까진 잘 견디고 있다!

뭔가 희망이 샘솟고 왠지 해낼것만 같다.

오늘은 사람들에게 응원의 메세지를 전해달라고 요청했다.

3월 15일

잘 버티고 있긴 한데 녀석은 표정과 달리 몸이 초죽음이 되어간다.

이제 녀석의 다리도 후들거리고 기력이 빠져나가는게 눈에 보인다.

암이 이렇게 무서운병이라는걸 이제 알았다.

이젠 아픔을 참지 못해서 눈물까지 흘리는거 같다.

나도 이 녀석의 여생에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이렇게 아픈 녀석을 보니 평생 봉사활동을 했던 흔적이 보이기 시작한다.

콘크리트와 마찰되어서 굳은살이 여기저기 보인다.

지금은 그래도 은퇴해서 많이 회복된거다…. 녀석….

녀석은 가끔 기운을 가끔 차릴때면 집안을 돌아다닌다.

요즘 부쩍 이방 저방 돌아다니면서 꼼꼼히 들여다 본다.

그중 제일 좋아하는 부엌에선 자신이 제일 좋아하는 장소를 응시하면서 뭔가 생각에 잠긴듯한 모습을 보여준다…

언제나 나를 보면서 이렇게 웃어주던 녀석…

이제 다시 이 모습을 보고 싶다…

3월 19일

날이 갈수록 녀석의 상태는 싸늘해진다.

이젠 너무 아파 눈동자에 빨간살까지 보일 정도다.

나도 결국 감정을 주체못하고 이 녀석을 안으며 초등학생처럼 흐느껴 울었다.

같이 살고 있는 싼이도 그 분위기를 눈치 챘는지 멀리서 보기만 한다.

음… 이제는 녀석의 마지막 나들이를 계획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난 녀석에게 추억 한개를 만들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차로 녀석을 데리고 산책을 나왔다.

녀석과 친하기도 하고 엘리트 교육을 받으신 시각장애인 부부와 함께 나왔다.

녀석은 너무 그리웠던 풀냄새를 맡고선 병자같지 않게 재미있게 놀면서 신나했다.

집에서와의 모습과는 과연 다르다…

하지만 녀석이 힘든거 같아서 어느정도 놀다가 데려가기로 했다.

그러자 녀석은 자꾸 뒤를 돌아본다…

확실히 아쉬운듯한 표정에… 안타깝지만 어쩔수 없다.

부부의 집으로 갔다.

이 녀석 참 신박한점이 장난감 통에서 제일 작은 병아리 인형을 들고 울고있는 부부의 아기에게 건네주는게 아닌가..

….. 참 개이지만 이런 세심한 배려심은 감동이다.

마지막 나들이를 하고 찍은 사진..

나를 대하는 얼굴은 언제나 밝은 표정이다.

기특한 녀석.

이제부턴 녀석의 상태가 말이 아니게 된다.

3월 24일

녀석의 거식증이 시작되었다.

이제 애써 먹었던 음식도 거부하기 시작한다.

4월 6일

이젠 녀석의 건강이 심하게 나빠지고 있다.

숨쉬기를 힘들어 하고 1키로의 핏물을 빼냈다.

먼곳에서 녀석과 친한 손님이 찾아왔다

언제나 저 밝은 표정은 아픈와중에서도 유지되는걸 보면 참 기특히다.

4월 12일

이제 마지막 목욕일지도 모르는 목욕

녀석은… 아픈데도 불구하고 얼마나 말을 잘 듣던지.

정말 대견했다.

4월 15일

녀석의 볼이 부어버렸다.

면역저하로 허리도 들어가고 모습이 점점 시들어 간다.

산소호흡기가 효용성이 있다길래 산소호흡기도 한번 시도해 봤다

제발 오래 살아줘라 이 망할놈의 천사야.

봉사만 하다가 죽을래???

4월 21일


목표였던 암투병 60일을 넘기는데 성공했다.

그래도 여기까지 버텨주니 얼마나 대견한가..

4월 23일

이젠 더이상 버틸수 있을까?

침을 흘리면서 엄청나게 힘들어하는 녀석…

이젠 저 아무렇지도 않은척 하는 표정만 보면 왜이리 착찹한건지.

그래도 잘 버텨줬다

다음주가 고비가 될꺼 같다.

그래도 날 잘 따라주며 정말 잘 버텨줬어..

이놈아…

4월 30일

한번더 고비를 이겨내고 마지막 일지 모르는 나들이를 계획했다.

이젠 녀석이 자력으로 걸어갈수 없을 지경에 까지 이르렀다.

녀석이 좋아하는 꽃내음을 맡게 해줬다.

그랬더니….

풀과 꽃을 힘없는 눈빛으로 처다봤다.

맥스가 눈을 감은 그날 오전까지도 안내견학교의훈련사 선생님들은,매일 하루 두번씩 오셔서 맥스 소변을 도와주셨습니다.

맥스를 안아서 옮기면 혹시 아플까봐 이렇게 늘 수건에 올려놓고 이동을 하였습니다.

맥스가 힘을 주며 대변을 보기 힘들어 3일째 변을 못봐서 우리는 손으로 맥스 **을 맛사지 하고 손가락을 넣어 배변을 보게하였습니다

산책후 간식을 먹고 자기가 좋아했던 사람들을 만나곤 했던 로비.

응시하는것도 힘들어 보인다.

자기가 좋아했던 꽃들을 편안한 눈으로 응시하는 녀석…

이건..

젊은 선생님들과 사진찍은 모습이다.

5월 11일

녀석…

결국 하늘나라로 떠났다.

하늘나라로 떠난 마지막 모습은 너무 편안해 보였다

평생을 봉사만 하다가 떠난 녀석을 보니 너무 억울해서 울음만 나왔다.

저 녀석들도 여생을 즐길권리가 있는데 저렇게 허망하게 가다니.

맥스야.

다음에는 봉사만 하다 죽는 삶이 아닌 진짜 행복하게 살다갈 그런 삶으로 태어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