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서 10대 여학생의 머리가 싹둑 잘려나간 이유

2020년 August 26일   admin_pok 에디터

지난 16일 태국 수도 방콕에서 교복을 입은 한 10대 여학생이 교사에게 강제로 머리카락이 잘려나갔다.

교사는 다른 학생들이 보는 앞에서 여학생의 머리카락을 가위로 무참하게 자른 다음, 비웃기라도 하듯 머리카락을 흔들어 보였다.

이 장면은 태국 10대 고등학생들이 학교의 엄격한 교칙을 보여주기 위해 만든 ‘강제이발’ 재연 퍼포먼스였다.

태국은 1970년대 초 군사독재 정권하에 제정된 두발 제한을 현재까지도 고수하고 있다. 여학생은 귀 위까지 오는 단발머리, 남학생은 짧은 반삭발 머리만 허용된다.

이 영상은 소셜미디어(NS)를 통해 일파만파로 번졌고, 학생들은 군사독재 시절의 잔재인 ‘두발 규제’에 대해 불만을 표출했다.

지난 6월에도 트위터에 한 남자 교사가 여학생의 머리카락을 거리에서 강제로 자르는 사진이 올라와 파문이 일었다. 사진 속 여학생은 두 손이 뒤로 묶였고, 목에는 “이 학생은 머리 길이 규정을 어겨 처벌을 받고 있다”라는 내용의 팻말을 걸었다.

사진을 올린 태국의 청소년 인권활동가 벤자마폰 니와스는 “내가 실제로 겪었던 일”이라며 “억압적 두발 규제를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해당 영상이 논란이 되자 태국 교육부는 “반드시 짧은 머리를 지킬 필요는 없다. 단정한 두발을 유지한다면 굳이 자르지 않아도 된다”는 새로운 지침을 전달했지만, 학생들의 불만과 분노는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3일(현지시각) 일간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태국에서 10대 학생들이 반정부 시위를 주도해 온 대학생들을 본보기 삼아 거리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 지난주에는 400명의 청소년이 방콕의 나타폴 티푸완 교육부 장관실 밖에서 시위를 벌였다.

시위운동의 상징인 흰색 리본이 달린 교복을 입은 학생들은 반정부 구호를 외치며 세 손가락을 펼쳐 들며 노골적으로 반정부 시위에 참여하고 있다.

세 손가락 경례는 태국 반정부 인사들이 사용하는 수신호다. 영화 ‘헝거 게임’(2012)에서 억압에 대한 저항의 표시를 인용한 것으로 보인다.

시위에 참석한 15세 학생은 “우리가 학교 운동장에서만 시위를 계속한다면 다른 사람들은 그것을 알기 어려울 것”이라며 “우리의 뜻을 널리 퍼뜨릴수록 더 나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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