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과 무조건 만나고 싶다는 ‘일본인 정체’

2020년 September 28일   admin_pok 에디터

일본 총리 스가 요시히데(菅義偉)가 26일(이하 한국시간) 유엔 총회 연설에서 북한의 일본인 납치 문제 해결을 위해 조건 없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겠다는 의사를 거듭 밝혔다.

스가 총리가 국제 외교무대에서 연설한 것은 지난 16일 취임한 후 이번이 처음이다.

스가 총리는 이날 오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 총회 일반토론의 비디오 연설을 통해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북 문제는 국제사회의 중요한 관심 사항”이라며 “피해자 가족이 고령이 된 상황에서 납치 문제 해결을 잠시도 미뤄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조건을 붙이지 않고 김 위원장과 만날 용의가 있다”면서 “일조(북일) 간에 성과 있는 관계를 수립해 가는 것은 지역의 평화와 안정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북한의 태도 변화를 촉구했다.

스가 총리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와 마찬가지로 북한의 일본인 납치 문제 해결을 내세워 김 위원장과 조건 없는 회담을 하겠다는 입장을 수시로 밝혀왔는데, 이를 유엔 무대에서 다시 천명했다.

그러나 북한은 일본 정부가 미해결 상태라고 주장하는 납치 피해자 12명 가운데 요코타 메구미(1977년 실종 당시 13세) 등 8명은 이미 사망했고 다른 4명은 북한에 들어오지도 않았다면서 ‘해결할 납치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스가 총리는 이번 연설에서 코로나19 때문에 내년으로 연기된 2020도쿄올림픽·패럴림픽과 관련해선 “인류가 전염병을 극복한 증거로 개최한다는 결의”라며 “안심, 안전한 대회에 여러분을 맞이하기 위해 전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코로나19 상황에서 도쿄 올림픽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명확히 밝힌 것으로 분석된다.

코로나19 확산을 “인간 안보에 대한 위기”라고 규정한 스가 총리는 코로나19로 초래된 위기를 국제사회의 협력을 강화하는 계기로 삼고 싶다며 치료약·백신 개발과 이에 대한 개발도상국의 공평한 접근을 전면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개도국 경제를 지원하기 위해 2년간 최대 5천억엔(약 5조5천700억원)의 엔 차관을 제공할 것이라고 했다.

스가 총리는 유엔 개혁 방향에 대해선 “유엔에는 중립적이고 공정한 지배구조(거버넌스)가 한층 요구되고 있다”면서 안전보장이사회 개혁을 포함한 유엔 개혁이 미룰 수 없는 과제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불확실성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법의 지배에 대한 도전을 허용해선 안 된다”며 “일본은 법의 지배에 근거한 지역 평화와 번영의 초석인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핵무기 문제와 관련해선 “올해로 핵무기를 처음 사용한 지 75년이 됐다”며 “히로시마와 나가사키가 반복돼선 안 된다”고 했다.

히로시마(廣島)와 나가사키(長崎)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이 일본의 항복을 받아내기 위해 원폭을 투하한 곳이다.

스가 총리는 이어 일본 정부는 비핵 3원칙(핵무기 보유·제조·반입 금지)을 견지하면서 핵무기 없는 세계의 실현을 위해 힘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일본 정부가 비준하지 않고 있는 핵무기금지조약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2017년 7월 유엔 총회에서 채택된 핵무기금지조약은 국제 인도법의 원칙에 어긋나는 핵무기 개발과 사용을 전면 금지하는 것으로, 50개국(지역)이 비준해야 발효된다.

현재 45개국이 비준한 이 조약에 대해 자국 방위의 한 축을 미국 핵무기에 의존하며 이른바 ‘핵우산’ 효과를 누리는 일본은 비준하지 않고 있다.

스가 총리는 이날 연설에서 취임 후 본격 추진하는 행정의 디지털화도 소개했다.

교도통신은 이날 스가 총리가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국제 사회의 노력에 일본이 기여하겠다고 강조하는 등 유엔 연설의 절반가량을 코로나19 관련 내용으로 채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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