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눈은 다른 동물과 달리 매우 특별한 형태를 하고 있다.
어떤 영장류보다도 눈이 옆으로 길게 찢어진 형태를 가지고 있으며 가장 넓은 흰자위를 지니고 있다.
과학적인 용어로 흰자위를 공막이라고 부르는데 유일하게 인간만 공막이 흰색이다.
오랑우탄이나 침팬지, 개, 고양이 등은 동공과 공막의 구별이 흐릿해서 눈 전체가 거의 같은 색으로 보인다.
간혹 침팬지 중에 돌연변이로 넓은 공막을 지닌 개체들이 태어나긴 한다. 그렇지만 일반적으로 넓은 흰자위는 인간의 고유한 특성이다.
그렇다면 왜 인간만 흰자위를 갖게 된 것일까?
진화생물학에 따르면 인간이 가지고 있는 넓고 흰 공막은 사회성과 관련있었다.
이를 설명한 가설은 ‘협력적인 눈 가설’이다.인간은 살아가기 위해 무리를 이루고 서로를 위한 협력이 필요했다.
그렇기 위해서 다른 사람의 시선을 잘 읽어야만 했고 그 과정에서 공막이 하얗고 넓어지는 쪽으로 진화했던 것이다.
눈동자의 움직임은 공막이 어두운 것보다 하얀 편이, 그 면적이 작은 것보다 큰 편이 훨씬 더 캐치하기 쉬웠기 때문이다.
진화생물학자 장대익 교수는 ‘울트라 소셜’이란 책에서 “인간의 흰 공막은 인류 집단이 공동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한 곳으로 주의를 집중해야 할 때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언급했다.
이 같은 눈의 협력 가설을 입증하기 위해 막스플랑크 진화인류학연구소의 과학자들은 흥미로운 시험을 진행했다.
먼저 유인원을 연구자들과 마주보게 한 후 연구자들에게 머리와 눈 등을 여러 방향으로 향하게 하는 다양한 행동을 취하게 했다.
그리고 카메라로 유인원이 그처럼 다양한 행동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이는 지를 기록했다.
그 결과 유인원들은 연구자들이 가리키는 눈 방향보다 머리 방향에 주의를 기울이는 경우가 훨씬 많았다.
그러나 한 살짜리 유아들을 대상으로 똑같은 실험을 한 결과 완전히 달랐다.
유아들은 대부분 마주보고 있는 연구자들의 눈 방향에 주의를 기울였다.
즉 인간은 유아단계에서 부터 상대의 눈에 주목하기 시작한다.
실험에 따르면 아기들은 눈을 감은 얼굴보다 눈을 뜬 얼굴을 더 선호했고 검은자 위에 흰 홍채가 있는 이상한 눈보다 흰자위에 검은 홍채가 있는 인간의 눈을 더 선호했다.
실험결과에서도 알수 있듯이 인간은 소리를 내지 않고도 얼굴 표정과 눈동자의 움직임만으로도 많은 양의 정보를 교환할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흰자위는 인간들의 의사소통에 많은 역할을 차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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