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월드컵, 한국과 일본만 공동으로 개최했던 진짜 이유

2021년 September 10일 admin_pok 에디터

2002년 6월 한국에서는 제 17회 FIFA 월드컵이 개최됐다.

4년에 한 번씩 열리는 FIFA 월드컵은 1930년 우루과이에서 처음 시작됐으며, 1998년 프랑스 월드컵이 열리기 전까지 개최국은 항상 유럽이나 아메리카 국가들이었다.

또한 단 한번도 공동 개최가 된 적이 없었다. 그러나 2002년에 한국과 일본이 월드컵을 동시에 개최했다.

역사적으로 사이가 좋지 않은 한국과 일본은 어떻게 하다가 동시에 개최하게 된 것일까?

1986년 멕시코 월드컵이 끝나고 당시 FIFA 회장 아벨란제는 21세기의 첫 월드컵은 아시아에서 하고 싶어했다.

이전까지 월드컵은 유럽이나 아메리카에서 열렸기 때문에 당시 그의 발언은 큰 파장을 일으켰다.

아벨란제는 브라질 출신이었는데 일본과 브라질은 역사적으로 좋은 관계를 가지고 있었다.

1888년 브라질에서 노예제도가 폐지되자 부족한 노동력을 보충하기 위해 이민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였고, 이에 일본은 1908년부터 브라질로 이민자를 보내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일본인들이 가져온 문화가 브라질에 널리 퍼지게 되었고, 덕분에 브라질 내에서 일본이라는 국가가 긍정적인 이미지를 갖게 됐다.

한편 당시 아시아 국가들은 월드컵을 개최하기에 적합한 수준은 아니었다. 그러나 1980년대 급격한 경제 성장을 했던 일본은 예외였다.

게다가 아벨란제 회장 역시 일본에 좋은 감정을 갖고 있어서 2002년 월드컵은 일본에서 개최되는 방향으로 기울고 있었다.

이에 일본은 1989년에 월드컵을 개최하겠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했고, 1990년 월드컵 유치위원회를 만들어내면서 2002년 월드컵 개최에 대해 본격적으로 준비했다.

그러나 아시아 국가에서 일본 말고도 한국도 월드컵을 개최할 수 있었다. 1988년 서울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했기 때문이다.

한국 역시 1990년 월드컵을 한국에서 개최하겠다는 공식적으로 FIFA에 입장을 밝혔다.

이후 1993년 14대 대통령 김영삼이 당선되면서 성공적인 월드컵 유치를 공약, 1994년 월드컵 유치위원회 결성, 그리고 아시아 축구 연맹이 일본보다 한국에 힘을 실어주면서 2002년 월드컵 개최국은 한국이냐 일본이냐로 나눠지게 됐다.

당시 FIFA 회장 아벨란제는 일본을 지지, 유럽 축구 연맹(UEFA) 회장 렌나르트 요한손은 한국을 지지했다. 또한 당시 브라질 축구 영웅 펠레 선수도 일본을 지지했다.

한일 월드컵 공동개최 이유는 국가 간의 갈등 때문이었다. 더 황당한 것은 한국과 일본의 갈등이 아니라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우루과이 국가 때문이었다.

과거 브라질은 포르투갈의 식민 지배를 받았고 아르헨티나와 우루과이는 스페인의 식민지 지배를 받았다.

이 중 우루과이는 독립하는 과정에서 포르투갈에 의해 브라질에 강제 합병 당했다.

이후 브라질은 포르투갈로부터 독립을 하게 됐지만 우루과이는 스페인의 지배를 받았기 때문에 의견 충돌이 일어날 수 밖에 없었다.

우루과이가 독립전쟁을 하는 과정에서 아르헨티나가 우루과이를 도와주게 되면서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는 앙숙관계가 됐다.

브라질과 펠레가 일본을 지지하는 것을 본 아르헨티나 축구 영웅 마라도나는 이것을 반대하기 위해 한국을 지지하게 되고 아르헨티나에게 도움 받았던 우루과이 역시 한국을 지지하게 된다.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자 남미에서는 작은 전쟁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영토 분쟁이 있어 아르헨티나와 사이가 좋지 않았던 칠레는 일본을 지지하게 되었고 칠레와 사이가 좋지 않은 페루와 볼리비아는 한국을 지지하게 됐다.

또한 과거 전쟁을 통해 볼리비아와 사이가 틀어진 파라과이는 일본을 지지했다.

순식간에 월드컵이 아시아 어느 국가에서 열리느냐에서 갑자기 남미에서 자존심 싸움이 벌어진 것이다.

이때 일본 개최를 지지하던 FIFA 회장 아벨란제는 한국에서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월드컵을 개최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낸다.

그러나 다른 국가는 반대했다. 게다가 1994년에 열린 FIFA 부회장 선거에서 당시 대한축구협회장이었던 정몽준이 당선되며 “본선 진출도 못하는 나라가 월드컵을 개최할 자격이 있느냐”라고 말해 목소리에 힘이 실리기 시작했다.

결국 1995년 아시아 축구 연맹의 사무총장인 피터 벨라판이 한국에 와서 지나친 경쟁으로 서로 상처를 입게 될까 걱정스럽다며 공동 개최하는 것이 어떻냐는 제안을 한다.

따라서 1996년 5월 2002년 월드컵은 한국과 일본에서 공동 개최하는 쪽으로 합의를 보게 된다.

그러나 명칭 문제가 남아있었다. 앞에 어떤 국가의 이름이 앞에 올지 정해야 했다.

FIFA 월드컵은 어쨌든 영어로 쓰기 때문에 K보다 J가 먼저 오니 일한 월드컵으로 하자는 의견이 있었다.

그러나 정몽준 부회장은 FIFA 자체가 프랑스어로 국제 축구 연맹을 줄인 말이기 때문에 한국을 프랑스어로 하면 C로 시작하니(Coree) 한국이 먼저 오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2002년 월드컵은 한일월드컵이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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