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중국에서 ‘오징어게임’ 가지고 한국 엿 먹이려고 하고 있는 짓

2021년 October 14일   admin_pok 에디터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어떻게 해, 우산 모양이야……”

12일 점심 무렵 중국 상하이 도심 인민광장 인근 골목의 작은 가판점 앞.

‘오징어 게임’을 상징하는 ‘○△□’ 문양이 그려진 간판이 걸린 작은 가게 앞에서 이미 값을 치른 수십 명의 젊은이가 30분 이상 차례를 기다렸다가 설탕 과자 ‘달고나’가 든 은색 통을 하나씩 받아 가고 있었다.

‘오징어 게임’ 드라마 포스터가 붙은 벽 앞에 선 두 명의 직원은 각각 동그라미와 네모 문양이 그려진 검은 마스크를 쓴 채 세모, 네모, 별, 우산 같은 모양을 찍은 달고나를 바삐 만들어내고 있었다.

한 직원은 “오늘은 화요일이라 사정이 그나마 나은 편”이라며 “주말인 그제는 손님들이 두 시간씩 이상 기다리기도 했다”고 말했다.

원래 이곳은 커피를 팔던 가판점이었다. 그런데 최근 오징어 게임 열풍에 편승해 달고나를 덤으로 팔기 시작했다가 인터넷에서 인기 가게로 떠오르면서 ‘대박’이 났다.

넷플릭스로부터 정식 상표 이용권을 얻었을 리가 만무하지만 가게 안팎은 ‘오징어 게임’의 공식 테마점처럼 꾸며져 있었다. 자동 번역기를 잘못 쓴 듯 한글로 ‘오징어 게임’이라고 써야 할 것을 ‘낙지 놀이’로 잘못 쓴 게 눈에 띄었다.

이곳을 찾아와 25위안(4천600원)을 내고 ‘달고나 뽑기 게임’에 참여한 이들 절대 다수는 ‘오징어 게임’ 드라마 ‘정주행’을 이미 끝낸 팬들이었다.

직장인 다이(戴·23)씨는 “(드라마 속에서) 인간 본성의 복잡한 모습이 드러난다”며 “대부분의 보통 사람은 그럴 것이기에 두 번째 남자 주인공(극중 상우)이 좋았다”고 말했다.

평소 한국 드라마를 자주 찾아본다는 그는 한국 드라마의 장점으로 ‘과감함’을 우선 꼽았다.

다이씨의 경우처럼 중국인들은 과도한 검열로 창작물의 다양성이 보장되지 않는 자국의 영상 콘텐츠와 비교해 소재 선택과 표현의 폭이 넓은 한국의 영상 콘텐츠에서 신선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최근 들어 중국의 영상 콘텐츠 산업은 광전총국 등 선전 당국으로부터 애국심을 고취하는 등 사회에 ‘긍정적 에너지’를 불어 넣어야 한다는 압력을 날로 강하게 받고 있어 중국에서 인기를 끄는 ‘홍색 대작’들이 중국 바깥의 ‘보편 세계’에서 공감을 얻기는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중국은 넷플릭스 서비스가 차단된, 세계에서 드문 ‘주요 국가’ 중 하나다.

하지만 가상사설망(VPN)을 통한 우회접속 방식으로 중국의 악명 높은 인터넷 통제 시스템인 ‘만리방화벽'(The Great Firewall)을 넘어 넷플릭스 서비스를 즐기기는 중국인들도 적지 않다.

또 중국에서는 한국 드라마 등 해외 드라마와 영화를 불법 유통하는 스트리밍 사이트가 허다하기에 보통의 중국인들이 ‘오징어 게임’처럼 화제가 된 인기작을 보는 것이 어려운 일은 아니다.

최근 장하성 주중 한국대사는 ‘오징어 게임’이 중국의 60여개 불법 사이트에서 유통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사드 보복’ 이후 한한령(限韓令·한류 제한령)이 사실상 거의 완화되지 않은 가운데 우리 방송콘텐츠 산업은 중국에서 정당한 수입을 얻지 못해 매년 막대한 손해를 보고 있어 우리 정부는 기회가 될 때마다 중국 측에 이 문제를 제기하고 있지만 중국은 요지부동이다.

‘오징어 게임’의 폭발적인 중국 내 인기는 중국의 젊은이와 청소년들이 많이 이용하는 틱톡의 중국판인 더우인(抖音)에서 가장 쉽게 느낄 수 있다.

드라마 속 주요 장면을 그대로 잘라 올린 영상에서부터 오징어 게임을 패러디해 직접 만든 사용자 제작 콘텐츠(UCC)도 매우 다양하다.

최근에는 ‘오징어 게임’ 속 여주인공인 강새벽처럼 분장한 사진을 올린 영상들이 큰 인기를 끌기도 했다.

한편 ‘오징어 게임’의 인기가 치솟으면서 타오바오(淘寶) 같은 중국의 전자상거래 사이트에서는 극중 인물들이 게임에 참가했을 때 입은 트레이닝복과 감시자들의 점퍼 수트와 가면과 같은 의상과 소품도 인기리에 팔려나가고 있다.

‘오징어 게임’이 세계적인 인기를 끌면서 관련 소품이 중국은 물론 전 세계에서 인기리에 팔려나가면서 중국의 공장들도 밀려드는 주문으로 반짝 특수를 누리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지난 7일 “‘오징어 게임’에 영감을 받은 상품들이 전 세계 이커머스 플랫폼에서 확산하고 있으며 많은 상품이 중국에서 제조되고 있다”고 전했다.

cha@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21/10/13 07:01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