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파멸로 몰아넣던 공포의 포식자가 한국인 만나자 반찬거리로 전략해 버린 이유

2021년 November 22일   admin_pok 에디터

1980년대까지 ‘국민 주전부리’ 자리를 꿰차던 쥐포의 인기가 사그라들었다.

지구온난화로 해수의 온도가 변화해 쥐치가 줄었다는 지적도 있고, 1990년대 쥐포를 만들기 위해 치어까지 남획하는 바람에 쥐치의 어획량이 급감했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있다.

이 때 한국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한 것이 바로 베트남과 중국에서 만들어진 쥐포였다.

이 쥐포들은 국내산에 비해 가격도 저렴했고 구하기도 쉬웠기에 인기를 끌었다. 특히 베트남산 쥐포는 무시무시한 물량 공세로 한국 시장의 90%를 차지했다.

그러나 베트남 쥐포는 위생문제로 인해 큰 논란이 되었다. 무작위로 선정한 베트남 쥐포 16종 중 11개의 제품에서 대장균, 황색포도상균이 검출된 것이다.

이 사실을 알게 된 한국인들은 경악을 하며 베트남산 쥐포를 불매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이유로, 안 그래도 구하기 어려웠던 국내산 쥐포는 거의 자취를 감추었다.

또한 국내 가공 업체들은 베트남 제조업체를 믿을 수 없다는 생각에 어포의 원료인 연육을 냉동상태로 수입해 국내에서 생산하는 방식을 취했다.

그러나 이것도 쉽지 않았다. 일단 해외에서 수입되는 어육에 대한 검역이 대폭 강화되어 절차가 복잡해졌을 뿐만 아니라, 베트남에서 수입하는 연육의 품질이 일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국내산을 고집하기에는 어획량이 부족했고, 단가도 맞지 않았다. 또한 한 번 급감한 어획량을 늘리는 것은 불가능해보였다.

이 때 한국인들은 민물 생개계 교란어종으로 손꼽히는 ‘베스’를  떠올렸다.

북아메리카가 원산지인 베스는 1960년대 후반, 식용으로 활용하기 위해 도입됐으나, 지금까지도 마땅한 활용처를 찾지 못하고 있었다.

살이 통통하고 몸집이 크지만, 독특한 냄새때문에 요리해 먹기도 힘들뿐더러, 축산사료로도 쓸 수 없다는 평이 많았다.

베스는 먹성까지 좋아 붕어 등 토종 어류의 치어를 마구잡이로 잡아먹기 때문에 생태계 교란의 주범으로 손꼽혔다.

이 물고기는 육식어종으로, 움직이는 생물체에 대한 공격력이 무척 강하다고 한다. 암컷 한 마리가 1년에 최고 만 마리의 치어를 생산해낸다고 한다.

현재 베스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는 나라는 한국 뿐만이 아니다.

일본에서는 80cm가 넘는 베스가 발견될 정도이며, 한국과 마찬가지로 생태계 교란종으로 지정되어 있다.

이렇게 개체수만 많고 딱히 활용처가 없는 베스를 처치하기 위해 각 지자체는 다양한 시도를 해왔다.

외래어 포획 봉사단은 충남 당진의 한 저수지에서 ‘베스낚시대회’를 주최하기도 했다.

또한 각 지자체는 토종 어류를 보다 적극적으로 보호하기 위해 베스와 블루길 같은 외래어종에 대한 수매사업까지 실시했다.

그러나 수매를 해도 적합한 활용처가 없어 막막하던 상황이었다.

충청남도 지역에선는 2010년부터 지금까지 수매사업에 활용된 예산만 해도 무려 43억 원이 된다.

1053톤의 베스를 수매했지만 사용처가 마땅치 않아 거의 폐기했다. 수년간 베스의 사용법에 대해 고민하던 충청남도는 고심 끝에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다른 지자체가 수년 간 베스 요리법을 고심하다 포기했다는 점에 착안해 베스를 활용한 요리법이 아닌 ‘가공식품 제조법’을 모색했다.

국내에서는 베스가 ‘생태계 교란종’이라는 인식때문에 먹기 꺼려 하지만, 사실 미국과 캐나다 등 해외에서는 베스를 튀김이나 구이로 즐겨 먹는다.

튀기거나 구우면 특유의 비린내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영국의 대표 요리인 피쉬앤칩스도 베스와 유사한 어종을 활용한다고 알려져 있다.

실제로 베스는 농어나 명태 같은 흰살 생선과 큰 맛의 차이도 없는데다 영양가도 높아 서양에서는 선호하는 어종 중 하나다.

미국은 낚시로 베스를 잡더라도 ‘3마리 이상은 집으로 가져가지 못하게 하는 법’까지 있다고 한다.

이에 착안해 충청남도는 식품 업체들과 협약을 맺고 베스를 이용한 연육 및 어육 개발을 시도했다.

위생적인 환경에서 비린내를 제거하고 조미한 베스의 맛은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가공식품의 맛과 똑같았다고 한다.

베스 연육으로 만든 어묵은 시중에서 판매 중인 일반 어묵과 동일했고, 어육으로 만든 육포는 쥐치로 만든 쥐포와 놀랄만큼 같았다고 한다.

수년 간 골칫거리로만 여겨졌던 베스가 쥐포, 게맛살, 소시지, 어묵, 햄과 같은 가공식품의 원료로 재탄생된 것이었다.

‘블라인드 맛 평가’에서는 시중의 어묵과 쥐포보다 담백하고 고소하다는 의견도 나왔다고 한다.

업계 전문가들은 베스로 만든 연육과 어육은 수입산에 비해 품질이 뛰어나고, 가격 경쟁력이 있다는 평가를 내놓았다.

기존에 수입에 의존하던 비율이 90%에 육박했다는 점을 떠올려볼 때, 어육 및 연육 국산화에 따른 내수 창출 효과가 클 것으로 예측된다.

충청남도는 이 사업이 성공적으로 안착될 경우, 충남 도내 연간 50억 원, 전국적으로는 200억 원의 경제적 효과가 창출될 것이라 예상했다.

각 지자체와 국민들의 다년간의 노력 덕분에 최근 외래종인 베스와 블루길의 개체 수는 점차 감소하는 추세다.

이처럼 한국인들은 국내 생태계 복원은 물론이고, 다른 나라에서는 골칫거리라 부르는 어종으로 ‘돈 되는 사업 아이템’까지 만들어냈다.

일본에서는 떠올리지도 못한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베스 퇴치를 선언한 한국의 저력에 감탄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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