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제주도에 거주 중인 한 주민에게 배달된 이상한 편지 하나 때문에 제주도 전체가 발칵 뒤집혔다. 정체불명의 우편물에서 마약으로 분류된 향정신성의약품 LSD 성분이 검출됐기 때문이다. 제주에서 LSD와 우편을 통한 마약 유통이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얼마 전 제주도 조천읍 주민 A 씨는 집으로 영문의 편지가 도착한 것을 보고 수상함을 느꼈다. 편지에는 영어로 “당신의 기부에 감사드립니다”라고 적혀있었으며, 은박지로 밀봉된 물건이 들어있었다. 편지는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온 것이었다.
혹여나 물질이 궁금해 밀봉된 은박지를 열어볼 수도 있었지만, A 씨는 매우 침착하게 대응했다. 그는 “탄저균 또는 마약이 의심된다”라고 생각이 들어 우편물 그대로 제주 경찰에 제출했다.
제주도 탄저균 의심 편지
기부 감사 편지..안에 들어있던 밀봉된 봉투 안에는 LSD 성분
A 씨는 미국에 연고도 없으며 최근 기부를 한 적도 없어 더욱 이상할 수밖에 없었다.
탄저균이 의심됐기 때문에 긴급 출동한 해병대 9여단과 제주소방안전본부는 공동 대응에 나서 우편물에 든 스티커를 조각내 시료에 대한 1차 검사를 진행했다. 1차에서 음성 반응을 보였고, 이후 2차 분석에서도 검출되지 않아 상황을 종료한 뒤 정밀 감정을 의뢰했다.
제주도 편지
이후 제주 경찰은 탄저균이 아닌 LSD 마약 성분이 들어있는 것을 확인했다. 지난 5일 제주경찰청에 따르면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제주출장소가 지난달 28일 경찰에 신고된 ‘탄저균 의심’ 우편물을 정밀 분석한 결과 밴드 모양의 스티커에서 LSD 성분이 나왔다.
경찰은 이 사실을 최근 구두로 전달받고 우편물이 어떻게 신고자에게 전달됐는지 등 유통 경로를 조사하고 있다. 이 우편물을 실제로 받으려 했던 수취인이 제주에 있는지 수사하는 중이다. 우편물 봉투 겉면에는 수취인 자택 주소가 쓰여있었지만, LSD와 직접적인 연관은 없다는 게 경찰 측 판단이다.
당초 분만 촉진제로 개발된 LSD는 미국에서 젊은층을 중심으로 환각제로 널리 퍼졌다. 코카인의 100배, 필로폰의 300배에 달하는 환각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보통 우표와 같은 형태의 종이에 그림으로 인쇄돼 암암리에 유통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