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남성 대부분은 비위생적이라는 이유로 어릴 때 포경 수술한 경험이 있다. 포경 수술을 하면 더 위생적이고 성병도 예방할 수 있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포경 수술한 사람이 오히려 성병에 걸릴 확률이 높다는 충격적인 연구 결과가 나왔다. 특히나 포경 수술한 사람이 많은 한국 남성들에게 충격적인 연구가 아닐 수 없다.
지난해 덴마크 국가질병연구소(Statens Serum Institut) 모르텐 프리쉬(Morten Frisch) 박사가 쓴 ‘유아와 소년기의 비치료적 남성 포경 수술과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 그리고 기타 성병의 위험: 덴마크의 국가적 코호트 연구’라는 논문을 보면 그 사실을 알 수 있다. 해당 논문은 포경 수술과 관련한 최대·최장기 규모의 연구를 진행한 결과 얻은 것이다.
유럽전염병학저널(Journal of European Epidemiology)에 실린 해당 논문은 앞으로 포경 수술에 대한 인식을 크게 바꿀 내용이 실려있다.
연구는 무슬림을 제외한 덴마크 성인 약 81만명이 참가했다. 덴마크 남자 인구가 290만 명이니, 전체 4분의 1이 넘는 사람을 분석한 대규모 연구다.
연구는 1977년생부터 2003년생까지 포경 수술을 받은 사람과 받지 않은 사람으로 나눠 최대 36년간 비교 분석했다. 연구 목표는 포경 수술을 받은 사람과 받지 않은 사람 중 누가 에이즈와 성병에 취약한지를 밝혀내자는 것이었다. 포경 수술을 받은 사람은 3378명으로 연구에 참가한 인원 중 0.42%에 해당했다.
연구 결과는 놀라웠다. 포경 수술한 남성이 하지 않은 남성보다 모든 종류의 성병에 걸릴 위험이 53%나 높았기 때문이다. 항문생식기 사마귀는 1.51배 높았고, 임질은 2.3배, 매독은 3.32배나 높았다.
연구진은 통계적으로 따져봐도 포경 수술한 남성이 하지 않은 남성보다 위험 비율이 유의미하게 높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가장 문제인 에이즈 바이러스(HIV)와 관련해서는 통계적으로 큰 차이가 없었다.
결국 덴마크 최신 연구 결과에 따르면 포경수술을 하는 쪽이 성병 걸릴 위험이 더 높다는 말이었다. 그동안 “성병 예방에 도움이 된다”라며 포경수술을 권장해왔던 한국 내 정서를 확인해보면 씁쓸한 결말이 아닐 수 없다.
2000년 기준으로 조사된 논문에 의하면 우리나라 17~19세 남자 중 95.2%가 포경 수술을 했다. 이 수치는 무려 당시 고등학교 취학률보다 높은 수치다. 포경 수술을 한다고 좋은 점이 있는 것도 아니고 위 연구 결과처럼 성병에 더 취약할 뿐인데, 왜 이렇게 많은 사람이 의무적으로 포경수술을 했던 걸까.
포경수술바로알기연구회 회장인 김대식 울산과학기술원 특훈교수는 한국의 이런 특수한 배경에 대해 “유대인의 영향력과 의료계의 잘못된 주장으로 포경수술이 널리 시행된 미국의 문화가 1945년 해방 이후 한국으로 넘어왔다”라고 말했다.
결국 1945년부터 고정관념이 되어 전해져온 낡은 인식이 현대의 젊은 남성들에게조차 성병의 감염 위험을 높이는 잘못된 관습으로 전해져오고 있던 셈이다.
김필환 에디터 <제보 및 보도자료 help@goodmakers.net 저작권자(c) 포스트쉐어,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사진 출처=KBS 살림하는 남자들 시즌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