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이 어느 진보당 제주도당 인사에게 ‘간첩 혐의’를 적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인사는 지난해 검찰에 압수수색을 당한 바 있다.
검찰 등에 따르면 국내 진보당 제주도당 간부 등은 지난 2017년 캄보디아에서 북한 대남 공작원을 만나 “제주에 ‘ㅎㄱㅎ’라는 지하 조직을 설립하라”는 지령을 받았다.
‘ㅎㄱㅎ’가 정확히 무엇을 뜻하는지는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국정원과 경찰 등은 간첩 인사를 잡기 위해 5년 넘는 추적 끝에 지난해 두어차례에 걸쳐 제주에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검찰 압수수색 영장을 보면 해당 진보 정당 간부 A씨는 지난 2017년 7월 29일 캄보디아 앙코르와트에서 노동당 대남 공작 부서인 문화교류국 소속 공작원과 만났다.
북한 문화교류국은 노동당 직속 대남 공작 조직이다. 이들은 대외연락부, 사회문화부, 225국 등으로 이름을 바꿔가며 간첩 남파 등의 임무를 해 왔고, 지난 1992년 남한조선노동당 중부지역당, 1994년 구국전위, 1999년 민족민주혁명당, 2006년 일심회, 2011년 왕재산 등 각종 간첩 사건에 개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당시 캄보디아 은신처에서 사흘 동안 북한 공작원으로부터 제주에 지하조직 ‘ㅎㄱㅎ’를 설립을 비롯해 암호 통신법 등을 교육 받았다. 이후 그는 제주로 돌아와 노동계 간부 B씨와 농민운동을 하던 C씨를 포섭해 실제 ‘ㅎㄱㅎ’라는 단체를 조직했다.
이들의 간첩 활동은 지난해 11월까지 이어졌다. 이들은 북한으로부터 “민노총 산하 제주 4·3통일위원회 장악”, “반미 투쟁 확대”, “윤석열 규탄 배격”, “한미 군사훈련 중단”, “미 첨단 무기 도입 반대”, “반(反)보수 투쟁” 등 구체적 지령을 받았다. 이 지령 중 일부는 실제로 이행됐고, A씨는 이행한 지령을 북한에 보고했다.
국정원은 영장을 통해 “압수수색 5일 전까지 이들이 북한 문화교류국과 암호 프로그램과 클라우드를 이용해 통신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국정원은 이어 “A씨의 간첩 혐의와 관련한 증거가 구체적이기 때문에 법원도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한 것”이라고 전했다.
수상한 단체 ‘ㅎㄱㅎ’는 북한의 지령 이행 외에도 친북 활동을 벌인 혐의도 받고 있다. 이들은 지난 2019년 제주에서 ‘북한 영화 상영식’을 열어 김정은 선전 성격의 영화를 상영했다고 한다.
국정원을 비롯한 국가기관은 단체 ‘ㅎㄱㅎ’가 제주뿐만 아니라 국내 다른 지역에서도 만들어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파악했다. 이에 전국적으로 비슷한 조직을 찾는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앞서 국정원이 지난해 11월과 12월 제주에서 진보정당 인사 A씨와 B씨의 자택을 비롯해 농민단체 인사 C씨의 자택에서 압수수색을 진할 당시 제주 내 단체 ‘공안탄압저지 및 민주수호 제주대책위원회’는 긴급 성명을 내고 국정원의 압수수색은 진보세력을 죽이려는 반민주적 국가폭력이라고 반발하기도 했다.
사진 출처=KBS 제주, 진보당 제주도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