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로 귀촌한 여성이 같은 마을 안에서 ‘주소 이전’만 했을뿐인데 발전기금을 내라는 황당한 요구를 당했다는 사실이 공개돼 화제를 모으고 있다.
17일 온라인 커뮤니티 에펨코리아에는 ‘어제자 뉴스.. 어느 여자가 시골로 귀촌하려다가 생긴일’이라는 제목의 사진 게시물이 올라왔다. 해당 사진은 KBS 뉴스에서 보도한 내용을 캡처해서 올린 것으로, 경기도 용인에서 거주하던 권미영 씨가 시골에 홀로 계시는 아버지를 모시기 위해 2021년 5월, 단양군 대강면의 한 마을로 귀촌하면서 벌어진 일을 소개했다.
권 씨는 귀촌을 하고 난 뒤, 아버지 집 근처인 한 주택으로 주민등록 주소도 이전했다. 문제는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부터 시작됐다. 같은 해 11월, 권 씨가 돌아가신 아버지의 빈 집으로 주소지를 이전하자 마을에서 ‘마을발전기금’으로 100만 원을 내라고 요구했다.
마을 이장은 “자녀가 외지에서 아버지 집으로 전입했다면 발전기금을 납입할 의무가 없지만, 권 씨의 경우 같은 마을에 있는 다른 집에서 본가로 전입한 것이기 때문에 발전기금을 내야한다”고 말했다.
권 씨는 이를 거부했다. 그는 “마을 측에 논리라면, 원래 마을에 살고 있던 주민이 바로 옆 집으로 전입하게 되도 발전기금을 내라는 말이냐”라며 “발전기금 요구가 있기 석 달 전에 이 마을로 주소를 옮겼고, 당시에도 내지 않았던 발전 기금을 같은 마을 안에서 주소를 이전하는 시점에 내야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권 씨는 마을 발전기금을 내지 않자, 2년동안 자신을 마을에서 투명인간 취급을 했다고 전했다. 또한 발전기금을 내지 않았다는 이유로 마을의 대소사를 논의하고 공유하는 마을 총회 참석도 거부됐고, 이장 선거권도 박탈됐다고 덧붙였다. 특히 마을 단체 메시지방에도 초대받지 못해 단수 일정 확인 등 마을 주민으로서 최소한의 행정 서비스도 받을 수 없었다고 하소연했다.
이에 권 씨는 군청에 민원도 제기했다. 하지만 마을 자체적으로 만든 규약에 지자체는 관여할 수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결국 권 씨는 어렵게 귀촌한 단양군에서 다시 떠날 생각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마을 이장은 취재진이 요청한 인터뷰를 통해 “특별히 할 말이 없다”고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다만 “이 문제에 대해서는 추후 마을 총회를 열어 다시 한 번 논의하겠다”고 짧은 답변만 내놓았다.
한편 마을 발전기금은 마을 구성원에게 공동체 생활 유지를 위해 걷는 공동 분담금과 비슷한 성격이다. 이는 납부에 대한 법적 강제성은 없으며, 마을에서 자체 규약으로 정해놓은 곳이 대부분이다. 그러므로 마을 사람들과 귀농, 귀촌인들간에 갈등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마을 발전기금이 강제도 아니고 법적으로 정해진 게 없다보니, 귀농, 귀촌인들은 이걸 왜 내야 하는지 의문을 품기 때문이다.
결국 마을 발전기금은 귀농, 귀촌인들에게는 ‘원주민의 텃세’로 비쳐질 수 밖에 없고, 기존 주민들은 기금을 내지 않으려는 이주민들을 ‘무임 승차자’란 시선이 생길 수밖에 없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귀농, 귀촌 정착 과정에서의 어려움은 ‘여유자금 부족’이나 ‘생활 불편’ 등과 같은 경제적, 환경적 요인 뿐만 아니라 ‘지역 주민과의 갈등'(15.9%) 측면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이들 가운데 10% 정도 가량은 적응에 실패해 다시 농촌을 떠난다고 설명했다.
마을 발전기금으로 인한 귀농, 귀촌인과 원주민 갈등은 “관리 권한이 없다”며 방관하면서, 매년 수백억 원의 혈세를 투입해 귀농, 귀촌인을 끌어 모으기 위해 노력하는 지방자치단체들이 더욱 유심히 살펴보고 개선방안을 찾아야하는 문제 중 하나다.
이에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은 표준화된 마을 자치 규약 개발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마을발전기금을 받아야 하는 이주민과 받지 않아야 하는 이주민에 대한 기준은 물론, 기금의 사용처와 공개 의무, 회계 처리 방법 등을 명확히 한 표준안으로 갈등 발생 여지를 줄이자는 게 요지다.
한국지방행정연구원 한 관계자는 “귀농, 귀촌인들과 마을 주민들과의 마을 발전기금으로 인한 갈등은 오래 전부터 발생한 일”이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금의 사용처는 물론이고 여러가지 사안들을 면밀히 검토하여 표준화된 마을 자치 규약 개발이 시급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강원도 평창군과 경남 고성군, 충북 옥천군 등의 지방자치단체는 이같은 기준이 담긴 표준안을 만들고 각 마을에 배포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관계자는 “표준안 배포로 끝나는 게 아니라, 이주민과 원주민 사이 의사결정 참여 기회의 균등성은 물론 기존의 마을 공동재산 관리 방안까지 도모한 추가적인 방안 역시 필요하다”고 밝혔다.
박대성 에디터 <제보 및 보도자료 help@goodmakers.net 저작권자(c) 포스트쉐어,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사진 출처 = KBS 뉴스, 한국지방행정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