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법원, 동성부부 자격 처음으로 인정한 이유가 놀랍다

2023년 February 21일   admin_pok 에디터

2심 재판부 “보험료 부과처분 취소..” 1심 판결 뒤집었다

법원 동성부부 건강보험 인정
동성부부 건강보험 인정

동성 부부에게 국민건강보험 직장가입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해야 한다는 항소심 법원 판단이 나왔다. 부부는 선고 직후 “차별과 혐오가 아닌 사랑이 이겼다”고 밝혔다.

동성결합과 남녀결합의 본질적 다름을 지적한 1심과 달리 2심 재판부는 ‘평등의 원칙’을 적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고법 행정1-3부(부장판사 이승한 심준보 김종호)는 21일 소성욱씨(32)가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낸 보험료 부과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건보공단의) 2020년 11월23일 원고에 대한 보험료 부과 처분을 취소한다”며 “소송 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고 선고하며 1심 판결을 취소했다.

법원 동성부부 건강보험 인정
동성부부

◇법원 ‘평등의 원칙’ 적용…동성부부 “정부 과오 반성해야”

재판부는 구체적인 판결 사유를 밝히지는 않았지만 동성부부에 대한 판단에 ‘평등의 원칙’을 적용한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는 지난해 11월 변론에서 “사실혼이라는 용어가 법률에 명시돼 있지 않은데 공단이 이들의 피부양자격을 인정하고 있다”며 “사실혼과 동성부부가 국민건강보험법의 관점에서 무엇이 다른지 설명해달라”고 건보공단에 요구했다.

동성부부를 사실혼으로 인정하느냐를 떠나 공단의 재량으로 사실혼을 인정했다면 동성부부에게도 ‘법률상 평등의 원칙’이 적용돼야 한다는 의미다.

소씨는 판결 직후 “법원은 1심 판결을 취소한다는 결정을 했다”며 “앞으로 차별과 혐오가 아니라 사랑이 이길 것이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이어 “한국사회의 수많은 성소수자들이 어떤 불평등에 놓여 있었는지가 사법부의 판단으로 세상에 알려지는 것 같아서, 평등에 다가가는 것 같아서 기쁘다”며 “정부도 그간의 과오를 반성하고 평등을 찬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씨의 남편 김용민씨(33)는 “동성커플은 동성부부라는 이름으로 잃어버린 언어와 권리를 이루고 있는데 저희 소송도 그 일환”이라며 “결국 오늘 사법체계 안에서 인정받게 됐다”며 눈물을 훔쳤다.

이날 법원을 찾은 20여명의 지지자들은 보라색, 빨간색 등 형형색색의 종이에 ‘사랑’, ‘평등’, ‘가족’, ‘행복’, ‘돌봄’이라고 쓰인 플래카드를 들고 환호했다. 한 외국인은 무지개색 플래카드를 들고 참석했다.

법률대리인 박한희 변호사는 “동성부부가 (이성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고 동거와 부양을 배제하는 것은 헌법에 반한다고 주장한 점이 받아들여진 듯하다”며 “성별 이분법을 가지고 누군가를 배제하지 않은 분명한 선례가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법원 동성부부 건강보험 인정
동성부부 인정

◇결혼 5년차 동성부부, 건보공단에 피부양 자격 인정 소송

결혼 5년차인 동성부부 소씨와 김씨는 2020년 2월 동성부부도 건강보험 피부양자 대상에 해당하는지 건보공단에 문의했다.

공단은 가능하다고 답변했고 이에 소씨는 건강보험공단에서 피부양자 자격을 취득했다.

국민건강보험법상 직장가입자의 배우자와 직계존비속, 형제·자매 중 시행규칙이 정한 부양요건에 부합하면 피부양자가 될 수 있다.

그러나 건보공단은 이들을 부부로 인정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가자 같은 해 10월 소씨의 피부양자 자격을 무효로 하고 보험료를 새로 부과했다.

두 사람은 2021년 2월 “동성부부는 실질적 혼인관계에 있음에도 동성배우자라는 이유만으로 피부양자 자격을 부여받지 못하고 있다”며 건보공단을 상대로 피부양자 자격 무효화에 따른 보험료 부과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지난해 2월 “동성결합과 남녀결합은 본질적으로 같다고 볼 수 없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당시 “우리 법이 말하는 사실혼이 남녀결합을 근본요소로 하기 때문에 동성결합으로 확장해석할 근거가 없다”며 “동성결합과 남녀결합이 본질적으로 같다고 볼 수 없으며 이성과 동성의 결합을 달리 취급하는 것이 헌법상 평등원칙에 반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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