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으로 맞이한 3.1절 기념식에서 남긴 기념사가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 3월 1일 3.1절 기념 행사에 참석한 윤 대통령을 일본에 대해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면서 안보 경제, 다양한 글로벌 어젠다에서 협력 파트너가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3.1절 기념식에서 해서는 안되는 말이라는 비판이 뒤따른다.
아울러 윤석열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일본 제국주의’라는 표현을 ‘일본 군국주의’로 직접 변경한 것으로 전해졌다. 1일 대통령실 관계자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이렇게 지시한 뒤 참모들에게 군국주의와 제국주의의 차이점을 설명했다고 한다. 제국주의는 일본이 제국적 관점에서 세계로 패권을 확장하겠다는 의미만 있다면 군국주의는 “일본 국민의 인권이나 정의감도 상당히 훼손했다는 의미까지 담겨 있다”고 윤 대통령은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대통령실은 “제국주의보다 군국주의라는 표현이 더 생경했다. 그럼에도 윤 대통령이 군국주의란 표현을 직접 선택했다”라면서 ““20세기 초 일본은 군국주의 길을 걸으면서 자국민의 인권이나 법조차도 희생양으로 삼았다. 그게 서구 제국주의와 일본 군국주의가 다른 이유”라고 설명했다.
특히 윤 대통령은 세계 복합 위기 속 한‧미‧일 3국 협력을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복합 위기와 심각한 북핵 위협 등 안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한미일 간의 협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며 “우리는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과 연대하고 협력해 세계시민의 자유 확대와 세계 공동의 번영에 기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것은 104년 전, 조국의 자유와 독립을 외친 그 정신과 다르지 않다”며 독립운동의 정신 계승을 자유민주주의를 기반으로 한 양국 관계 회복과 연결 지었다. 앞서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이던 지난해 3.1절에도 “3.1정신은 무조건적인 반일, 배일이 아니다. 글로벌중추국가로 나아가기 위해선 국제연대에 기초한 자강을 이루고 극일, 즉 일본을 넘어서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윤 대통령은 양국이 막바지 협의 중인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문제는 이날 기념사에서 언급하지 않았다. 정부는 제3자인 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사장 심규선)이 재원을 조성해 일본 피고 기업 대신 확정판결을 받은 강제동원 피해자 판결금을 변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지만, 피해자 유족들은 일본 쪽의 사과와 재원 동참을 요구하며 수용하지 않고 있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전날 피해자 유족들을 만난 뒤 에디터들에게 “진정성 있는 소통을 바탕으로 해서 합리적인 해결 방안을 조속히 마련하도록 하겠다”면서도 “(발표) 시점은 구체적으로 말씀드릴 수 없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일본은 패전 이후 군국주의를 포기하고 자유와 인권이라는 가치들이 전면에 등장하기 시작했다”며 “그런 일본이 우리와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면서 비로소 안보 경제, 다양한 글로벌 어젠다에서 협력 파트너가 될 수 있다는 의미”라고 했다. 기념사는 3·1 독립선언서에 나타난 정신이 보편적 가치와 맞닿아 있다는 점에도 착안해 작성됐다고 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8·15 광복은 기미독립운동에서 시작한 독립정신에서 나온다. 우리가 추구하는 보편적 가치인 자유·인권·법치의 정신과 흡사하다”고 평가했다.
한편 국민의힘 태영호 의원은 이날 기념식에 걸린 독립운동가 11명의 얼굴 사진 중 이승만 전 대통령이 빠졌다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은 이 전 대통령이 빠진 경위를 파악해 보라고 참모들에게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주영 에디터 ⓒ지식의 정석 (무단복제 및 재배포 금지)/사진 = 온라인 커뮤니티,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