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담배 회사인 ‘브리티시아메리칸토바코'(BAT)가 미국 정부로부터 대북제재 위반 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지목된 시기는 마침 북한이 담배 브랜드를 대폭 확대한 때와 맞물린다.
미국 법무부는 영국에 본사를 둔 글로벌 담배업체 ‘브리티시아메리칸토바코'(BAT)가 미국 대북제재를 위반해 6억2900만 달러 이상의 벌금을 내기로 했다고 25일(현지시간) 밝혔다. 법무부의 발표에 따르면, BAT와 그 자회사인 BAT마케팅싱가포르(BATMS)는 은행사기법과 국제비상경제권법(IEEPA)을 위반해 싱가포르의 제3자 회사를 통해 북한에서 사업을 계획했다.
법무부는 관련사업이 진행된 시기를 2007~2017년으로 지목했다. 이 기간 동안 북한의 담배도 과거와 확연하게 차이나는 수준으로 변모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지난 2013년부터 최근까지 북한 접경지역을 오가면서 북한 담배를 수집한 강동완 동아대 교수에 따르면 2013년 이후 담배 신상품이 짦은 기간 내 다수 출시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강 교수는 지난 2019년 발간한 책 ‘북한 담배-프로파간다와 브랜드의 변주곡’을 통해 “북한 담배를 일일히 구하는 과정은 어렵지만, 신상품이 출시되는 기간은 매우 짧았다”면서 “북중 접경지역에서 한 달 만에 5종류의 새로운 담배를 구한적이 있다”라고 언급한 바 있다.
강 교수의 저서에는 그가 수집한 북한 담배 200여종의 사진과 설명이 포함돼 있다. 최소 200여종의 담배가 그 시기에 생산·유통·판매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이같은 북한의 행보와 BAT의 제재 위반 시기가 맞물리면서 북한의 담배 시장 확대가 BAT의 대북사업과 연관이 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북한이 담배 브랜드를 늘린 것은 물론 담뱃갑의 디자인도 대대적으로 개선해 ‘현대화’한 것에 BAT 측의 영향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김정은 총비서는 집권 직후부터 공개석상에서의 흡연 모습을 자주 노출하며 ‘애연가’로 불리기 시작했다.
김 총비서는 가장 최근(지난 18일)에는 자신의 딸인 김주애와 함께 국가우주개발국을 시찰했는데, 이때 딸 바로 옆에서도 담배를 피는 모습을 보였다.
김 총비서는 집권 초기 국산품 애용을 강조하면서 고급 담배로 분류된 ‘7·27’을 피웠던 것으로 알려졌었다. ‘7·27’은 북한에서 ‘전승기념일’로 부르는 한국전쟁 정전협정체결일이다. 이어 2019년 2월 제2차 북미 정상회담(하노이 회담) 때는 김 총비서의 담배가 ‘건설’인 것이 포착되며 기호품의 변경 사실이 확인됐다.
최근 약 4년간은 ‘소나무’를 피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소나무는 지난 2020년 처음 포착된 뒤 지속적으로 김 총비서의 공개활동에서 보이고 있다. 지난 11일 김 총비서가 주재한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제8기 제6차 확대회의에서도 그의 ‘소나무’라는 이름이 적힌 담뱃갑이 포착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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