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숭이가 두뇌에 연결된 로봇 팔을 움직이는 영상이 누리꾼들에게 주목받고 있다.
중국 연구팀이 원숭이 목에 반도체 칩을 연결해 로봇팔을 조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인간을 제외한 영장류를 상대로 뇌-기계 인터페이스(BMI) 실험이 성공한 것은 세계 최초라는 게 연구팀 측의 주장이다.
CGTN 방송·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난카이대 인공지능학부 연구팀은 8일 성명을 내고 원숭이를 사용한 BMI 실험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BMI는 뇌파를 기계 제어 명령으로 변환해 신체 내·외부 보조기기에 움직임을 지시하는 기술이다. BMI 기술이 상용화될 경우 뇌졸중이나 퇴행성 신경질환 환자들이 보조기기의 도움을 받아 운동 능력을 회복할 것으로 기대된다.
BMI 기술은 뇌파를 측정하는 방식에 따라 ‘침습적 BMI’와 ‘비침습적 BMI’로 나뉜다. 침습적 BMI는 뇌 특정 부위에 반도체 칩을 심는 일명 ‘뇌 임플란트’다. 정확한 뇌파 측정이 가능하지만 두뇌에 손상을 줄 수 있다.
반대로 비침습적 BMI는 두뇌 위에 센서를 붙이는 방법이다. 두개골 개방 수술 없이 간편하게 센서만 부착하면 되지만 뇌파 정확도는 떨어지는 편이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연구팀은 지난 4일 진행한 실험에서 ‘중재적 BMI’라는 신기술을 사용해 뇌파 측정의 정확도는 높이고 두뇌 손상은 최소화했다.
연구팀은 원숭이 두뇌에 칩을 넣는 대신 경정맥에 스텐트를 삽입했다. 경정맥은 얼굴과 머리의 정맥혈을 심장으로 보내는 혈관이다. 스텐트에는 뇌파 센서가 부착돼 뇌에서 나온 전기신호를 외부로 전달했다.
이를 통해 컨테이너 안에 갇힌 원숭이는 생각만으로도 멀리 떨어진 로봇 팔을 조작할 수 있었다. 연구를 총지휘한 펑두안 교수는 “중재적 BMI 기술은 신호가 명확하면서도 인간에게 덜 해롭다”며 임상실험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3월 로이터 통신은 일론 머스크가 설립한 뇌과학 스타트업 ‘뉴럴링크’가 지난해 초부터 미 식품의약국(FDA)에 뇌 임플란트 임상실험을 신청했지만 여러가지 안전상의 이유로 결국 허가를 받지 못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전현직 뉴럴링크 직원 7명의 증언을 토대로 한 보도에 따르면 FDA는 뉴럴링크 측에 임상 실험에 앞서 최소 수십여개에 달하는 안전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도체 칩이 두뇌 다른 부위에 침입하거나 △전자장치 제거 시 뇌 조직이 손상될 가능성 등을 제기한 것으로 전해진다.
따라서 난카이대 연구팀의 중재적 BMI 기술이 임상실험에 성공할 경우 반도체 칩이 뇌 조직을 건드리는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해 신경질환 치료의 새로운 장을 열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SCMP는 연구팀의 이번 실험 결과는 아직 학계 동료 심사를 거치지 않은 상태이며 독립적인 검증이 불가능한 해당 대학의 웹사이트에만 게시됐다고 적시했다.
원숭이가 로봇 팔을 움직이는 장면은 위 영상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저작권자(c) 뉴스1,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사진=유튜브 South China Morning Po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