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부녀의 19금 자작시

2025년 3월 24일   admin_pok 에디터

“흑미는 넣었지만 마음은 못 넣었다”…유부녀의 폭소 유발 자작시 ‘쌀밥’

남편에게 헌신하는 아내의 마음을 빗댄 반전 시 낭독…웃음 속에 씁쓸함까지 남긴 사연

한 스튜디오. 양쪽 테이블에 나뉘어 앉은 출연진들 앞에, 한 여성이 종이를 들고 조용히 일어선다. 그녀의 가슴팍에는 ‘목소리는 북한강’이라는 네임택이 붙어있다. 그리고 그 순간, 그녀의 담담한 목소리로 시작된 자작시가 스튜디오 전체를 웃음바다로 몰아넣는다.

“나는 오늘도 밥을 짓는다. 남편 건강하라고 흑미도 넣어보고, 잡곡도 넣어보고, 콩도 넣어보지만… 남편은 나에게 아무것도 넣지를 않네.”

순간 출연자들 사이에서 고개를 들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리는 이들이 속출했다. 이어진 시의 후반부는 더욱 강렬했다. “그놈의 쌀밥은 질리지도 않고 먹건만, 나에게는 벌써 질려버렸나. 쌀을 씻고 밥을 안칠 때, 내 눈물도 안친다.”

짧지만 임팩트 강한 이 자작시는 결혼 생활 속 헌신과 무관심을 유쾌한 언어로 풀어낸 작품이다. 쌀밥이라는 일상적인 소재에 ‘넣는다’는 이중적 표현을 덧입혀, 육체적 관계와 감정적 소외를 동시에 드러낸 것. 청중은 웃었지만 그 안에 담긴 서늘한 현실에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다.

해당 시가 소개된 영상이 퍼지자 댓글 창은 활활 타올랐다. “10년간 쌀 지었는데 남편은 감정 하나 안 넣었네”, “이제 성우부인 확정이다ㅋㅋㅋ”, “남편이 쌈장도 안 넣어줬네” 등의 유쾌한 반응부터 “남자가 저런 시 썼으면 매장당했을 듯”, “여자니까 웃고 넘기지만 현실은 씁쓸”이라는 구조적 시선도 함께 쏟아졌다.

또한 일부 댓글러는 “섹드립과 예술의 경계가 명확히 느껴진다”, “가족끼리 이걸 보면 난감할 듯”이라는 반응도 남기며, 콘텐츠 소비 방식의 다양성과 시대 변화 속 성 인식에 대해 화두를 던졌다.

‘쌀밥’은 단순한 유머를 넘어, 우리 사회의 부부관계, 감정노동, 여성의 헌신 등을 유쾌하게 풍자한 소소한 걸작이라 할 수 있다. 우리가 웃으면서 넘긴 이 짧은 시가, 누군가에겐 공감이고 누군가에겐 반성이었다면, 그 자체로 이미 충분한 울림을 가진 문학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