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천재들도 풀지 못한 문제, 태양계의 안정성

2017년 October 6일   admin_pok 에디터

역사상 최고의 천재들도 풀지 못한 문제에 관한 이야기다.

“지상의 물체는 땅으로 떨어지는데 왜 하늘의 물체는 땅으로 떨어지지 않는가?”

이는 인류가 오래전부터 가져왔던 의문이었다.

고대 최고의 철학자 중 한명으로 손꼽히는 아리스토텔레스는 지상과 천상이 다르다고 믿었다.

지상의 물체들은 불, 공기, 물, 흙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각 원소들은 각자 본연의 위치로 돌아가려는 습성이 있다.

흙은 땅으로, 불은 위로 가려는 습성이 있다.

어떤 물체를 손에서 놓았더니 그게 땅으로 낙하단다면, 그 물체를 이루고

있는 흙의 원소가 땅으로 회귀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하늘을 올려다보면 볼 수 있는 천체들은 지상의 것과는 다르다.

썩고 바래져가며 변화하는 지상의 물체들과는 달리 천상계의 물체들은 변하지 않는다.

천체들은 수정구에 고정되어 있어 이를 따라 회전운동을 한다.

수정구는 투명하기에 바깥쪽에서 회전운동하는 천제들을 가리지 않는다.

이것이 아리스토텔레스의 생각이다.

거의 2000년 가까이 인류의 물리학적/천문학적 관념은 이와 같은 고대적 관념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갈릴레이, 케플러, 뉴턴과 같은 걸출한 천재들이 등장하면서 모든 것이 바뀐다.

뉴턴이 공전을 설명하기 위해 프린키피아에서 사용한 일명 대포알 사고실험을 보자.

대포알을 그냥 손에서 놓으면 대포알은 당연히 떨어져서 땅에 닿는다.

하지만 대포알을 옆으로 쏜다면?

(지구는 둥그니까) 대포알이 땅에 닿기까지는 더 오랜 시간이 걸린다.

(물론 현실적으로 땅이 둥글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대포알을 쏠 수는 없지만 사고실험이기에 아주 높은 곳에서 엄청 빠르게 쐈다고 가정했다.)

대포알을 더 높은 곳에서 쏠 수록, 더 빠르게 쏠 수록 대포알이 땅에 닿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늘어난다.

그럼 아주아주 높은 곳에서 아주아주 빠르게 대포알을 쏜다면?

대포알은 땅에 닿지 못하고 지구 주위를 계속 돌게 된다.

지구 주위를 계속 도는 이 대포알의 모습이 지구 주위를 도는 달의 모습과 같다는 것을 뉴턴을 알아차린다.

사과는 떨어지는데 왜 달은 지구로 떨어지지 않느냐는 질문은 잘못된 질문이었다.

달은 지금 이순간에도 지구로 떨어지고 있다.

다만 뉴턴의 대포알처럼, 그 속도 때문에 지구로 계속 떨어지면서도 땅에 닿지 못할 뿐이다.


(뉴턴의 프린키피아에는 위와 같은 그림을 통해 대포알 사고 실험이 설명되어 있다)

이렇게 두 물체간의 상호작용에 관한 문제를 이체문제(two-body problem)이라고 한다.

여러개의 물체가 서로 상호작용 하는 문제는 다체 문제라고 하고, 그 중에서 2체문제 다음으로 간단한게 3체문제이다.

2체문제는 쉽게 쉽게 풀 수 있지만 물체를 단 하나만 더 추가해서 3체문제로 바꾸면 문제는 극히 어려워진다.

고작 3체 문제도 풀기가 극히 어렵다는건 이 세상을 물리적으로 기술하는데 커다란 장애가 된다.

태양계만 하더라도 너무나 많은 물체들이 서로 상호작용을 하고 있다.

이러한 태양계를 보면 자연스럽게 이런 의문이 생긴다: “행성들이 서로 만유인력으로 잡아당기며 공전하고 있는데, 태양계는 과연 안정한가?”

희대의 라이벌, 뉴턴과 라이프니츠는 여기에서도 대립한다. 태양계의 안정성에 대한 뉴턴의 대답은 아니오였다.

뉴턴이 보기에는 태양계는 안정하지 않았고, 마치 우리가 주기적으로 시계 태옆을 감아주듯이 신이 계속 개입해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라이프니츠는 뉴턴의 이러한 관점을 공격했다.

유능한 시계공이 만든 시계일 수록 고장없이 오래 쓸 수 있다.

자주 고장이 나서 수리를 해야하는 시계라면 그 시계 제작자는 유능하다고 할 수 없다.

신은 무한한 지적 능력을 가진 존재로, 처음에 우주를 창조할 때 앞으로

자신이 개입할 필요없이 알아서 잘 운행되는 태양계를 만들었을 것이다.

뉴턴의 신은 무한한 예지력이 없다.

이것이 라이프니츠의 논리였다.

태양계의 안정성 문제는 분명 물리학의 문제였지만 수학적으로 어떻게 풀어야할지 도저히 감이 안잡히는 문제였고 결국 논의는 수학적, 물리학적 논의가 아니라 신학적 논의가 이루어졌다.

최단시간강하곡선 문제도 매우 어려운 문제였지만, 이 문제는 그보다도 훨씬 어려웠다!

뉴턴도, 라이프니츠도, 베르누이 형제도, 로피탈도, 그 누구도 태양계의 안정성 문제를 수학적으로 증명해낼 수 없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태양계에 대한 수학적 모델이 점점더 정확해지면서 아마 태양계는 안정할 것이라도 주장하는 사람이 늘어났다.

프랑스의 위대한 수학자, 물리학자인 라플라스도 그 중 한사람이었다.

신이 태양계의 운행에 개입한다는 가설을 반박하는 것이 라플라스의 주요한 연구 활동 중 하나였다.

그의 <천체역학>은 라플라스의 위대한 업적 중 하나로 꼽히며 그에게 프랑스의 뉴턴이라는 별명을 안겨주었다.

나폴레옹이 그의 연구를 읽고, 라플라스가 태양계에 대해 설명하면서 단 한번도 신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지적하자,

“제게는 그 가설이 필요하지 않았나이다”라고 답한 일화는 유명하다.

(다만 이는 다소 과장된 일화라고 한다)

이러한 자신감에도 불구하고, 라플라스조차 태양계의 안정성을 확실히 증명할 수 없었다.

시간은 흘러, 1887년 스웨덴의 국왕인 오스카 2세의 60번째 생일을 기념하여 수학 경시대회가 개최된다.

태양계의 안정성 문제에 응용할 수 있도록 3체문제를 풀라는 것이 시험 문제였다.

이 대회의 우승자인 앙리 푸앵카레는 3체 문제에 대한 해석적인 일반해가 없다는 것을 증명했다!

이런 업적들 덕분에 푸앵카레는 혼돈이론(chaos theory)의 아버지로 불린다.

결론적으로, 태양계는 혼돈상태이다.

태양계 행성들의 궤도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혼돈 상태에 가까워지며, 아무리 정확한 예측 기구를 사용해도 각 행성의 궤도가 종국에는 어떻게 될건지 알 수 없다.

몇몇 천체의 궤도에는 앞으로 갑작스런 변화가 있을 수도 있다.

앞으로 50억년 이내에 화성과 지구가 충돌할 가능성이 분명 존재하며, 수성이 태양계에서 이탈하거나 수성이 지구 혹은 금성과 충돌할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