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느끼는 보편적인 감정 중 하나이자, 사람들이 가장 쉽게 공감할 수 있는 감정이 바로 슬픔이다.
인간들은 각자 수많은 이유들로 슬픔이 밀려올 때가 있다.
이럴 땐 우린 슬픔을 부정하거나 피하려 애쓴다.
하지만 슬픔을 마주하고 포용할 때 인생의 실패나 상처를 털고 다시 일어설 원동력이 된다.
슬픔이 밀려올 때 보기 좋은 영화들을 알아보자.
데몰리션(2015) / IMDB(7.1)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 와일드 등의 연출을 맡았던 장 마크 발레 감독과 나오미 왓츠, 제이크 질렌할 주연의 영화이다.
영화의 시작은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은 아내를 보여준다.
자신이 사랑했던 아내가 죽었지만 주인공(제이크 질렌할)은 슬픔을 느끼지 못한다.
“슬프게도… 그녀가 죽었는데 괴롭거나 속상하지도 않아요”
아내를 잃은 날, 망가진 병원의 자판기에 돈을 잃은 주인공(제이크 질렌할)은 항의 편지에 누구에게도 말 못한 자신의 속마음을 털어놓고 어느 새벽 2시, 고객센터 직원(나오미 왓츠)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가 걸려온다.
영화는 러닝타임 내내 잔잔하게 흘러간다.
사랑하는 아내가 죽었지만 슬픔을 느끼지 못했던 그가 자신의 속마음을 털어놓으면서 심정이 바뀌어간다.
대개는 사랑이 끝나고서야, 삶이 끝날 무렵에야, 문득 몰려오는 회한들이 사랑을 증명하고 삶을 증명한다.
사랑은 언제나 뒤늦게 소중해진다.
“무언가를 고치려면 전부 뜯어내버린 다음 중요한 게 뭔지 알아내야 해.”
인사이드 아웃(2015) / IMDB(8.2)
픽사의 15번째 장편 애니메이션이며 몬스터 주식회사, 업 등 픽사의 전성기를 빛낸 작품들을 연출한 피트 닥터 감독 작품의 영화이다.
영화는 모든 사람의 머릿 속에 존재하는 감정 컨트롤 본부, 그곳에서 기쁨, 슬픔, 버럭, 까칠, 소심 다섯 감정들의 이야기를 주루 이룬다.
주인공(라일리)은 10대 소녀 즉 사춘기이므로 감정의 변화가 극심하다.
사실 10대 시절이 혼란스러운 이유는 뒤엉키는 온갖 감정들을 수용하는 방법을 배우기 시작하는 단계라서 그런 게 아닐까.
감독인 피트 닥터는 자신의 딸의 성장에서 영감을 받아 이런 아이디어로 영화를 제작했다고 한다.
이 영화는 말한다. 슬픔까지 포용할 때 비로소 진정한 기쁨도 찾아오는 것이라고.
“슬픔이야… 그래, 라일리는 가족들에게 슬픔을 위로받으면서 가족들과의 추억을 만들었어…”
엘리자베스 타운(2005) / IMDB(6.4)
사실 그런 영화가 가끔있다. 이것저것 따지는 게 필요 없이, 그냥 보면 좋은 영화, 이 영화가 내겐 그랬다.
Fiasco. 주인공 드류가 영화의 시작과 함께 유창한 발음으로 역설하는 이 단어는 우리말로 참패, 즉 엄청난 실패를 뜻한다.
그가 디자인한 신발이 회사에 10억 달러라는 엄청난 손실을 안겨주었고 그 일로 사장에게 불려가며 애써 담담하게 참패에 대해 독백한다.
그리고 아버지가 갑작스럽게 사망했다는 소식을 접하면서 영화는 시작한다. 무엇보다 클레어를 연기한 커스틴 던스트가 사랑스럽다.
죽은 아버지가 초대한 ‘엘리자베스타운’. 죽음을 준비하던 드류는 그 작은 마을로 부터 클레어라는 환한 미소와 더불어 삶의 향기를 선물받았다.
아버지의 죽음이 그에게 새로운 삶의 거름이 된 것이다.
“달콤한 비참함을 5분간 음미해 봐요. 즐기고, 받아들이고는, 버려 버려요. 그리고 나아가요.”
매그놀리아(1999) / IMDB(8.0)
나의 인생 영화이자, 할리우드가 낳은 천재감독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의 1999년 작품인 영화.
영화는 각기 다른 장소에 흩어져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는 인간들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암에 걸려 죽어가고 있는 퀴즈쇼의 프로듀서 얼 패트리지, 전 아내와 사별후 맞이한 얼의 젊은 아내 린다, 간병 간호사 필 얼 패트리지로부터 버림받은 아들 제이 맥케이, 암에 걸린 또 다른 환자 지미 게이트, 그의 딸 클라우디아, 신앙을 지침삼아 살아가는 착한 경찰 짐 천재소년 스탠리, 과거의 천재 퀴즈 왕 도니 스미스가 그들이다.
영화는 오프닝 시퀀스에서 인생에서는 우리가 예상하지도 못하게 너무나 많은 일들이 시시때때로 일어나고 인생은 한 마디로 예측불허라고 영화는 말한다.
또한 이렇게 힘들고 어려운 각 사람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건 바로 사랑이라고, 서로를 용납하고 이해할 수 있는 관용이라고 이야기 하고 있다.
“우리는 과거를 잊지만, 과거는 우리를 잊지 않는다”
컨택트(2016) / IMDB(8.0)
테드 창의 SF 단편소설 〈네 인생의 이야기〉를 원작으로 하는 영화, 현재 할리우드에서 가장 잘 나가는 드니 빌뇌브 감독 영화이자 할리우드 최고의 여배우 에이미 애담스가 주연한 영화이다.
17년 상반기 최고의 영화를 뽑으라고 한다면 나는 어김없이 컨택트를 뽑을 것이다.
영화는 언어학자 루이스 뱅크스 박사가 딸 한나(Hannah)와 놀고 있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그러면서 영화는 시종일관 과거, 현재 ,미래가 공존하는 교차 편집으로 진행된다.
이 영화는 말한다. 삶이란, 미래를 안다고 해서, 즐거운 추억과 따뜻했던 일들만을 따로 골라서 살아낼 수 있는 게 아니라고 결국 인간은 아픔이 없는 삶은 삶이 아니며, 아파하고, 슬퍼하는 것이야말로 인간이라는 존재이기에.
“당신 인생을 전부, 처음부터 끝까지 알 수 있다면, 그걸 바꾸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