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현직 재정경제부 여성 장관이 성인잡지 ‘플레이보이’ 표지 모델로 등장해 엄청난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출판을 앞두고 선공개된 성인잡지 ‘플레이보이’ 프랑스판 4월호 표지에는 마를렌 시아파(41) 프랑스 재정경제부 사회적 경제 담당 국무장관이 수영복 차림으로 피부를 노출한 사진이 촬영돼 있었다.
시아파 장관이 촬영한 성인잡지 사진에는 가슴이 파인 의상을 입은 채 상체를 숙여 해당 부분을 강조하는 사진과, 프랑스 국기를 몸에 두르고 요염한 포즈를 취하는 사진 등이 있어 현지에서도 큰 논란을 불러 일으키는 중이다.
해당 잡지인 플레이보이 프랑스판 편집장 쟝 크리스토프 포랑탱은 “사이파 장관은 플레이보이가 오래된 ‘마초’를 위한 잡지가 아니라 페미니즘을 위한 도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이해했다”라며 “스스로를 ‘사피오섹슈얼’이라고 말하는 사이파 장관은 표지 모델로 최적의 인물”이라고 편집 의도를 밝혔다.
‘사피오섹슈얼(sapiosexual)’이라는 말은 상대방이 똑똑한 사람일수록 성적인 매력을 느끼는 취향을 뜻한다.
또 시아파 장관은 플레이보이와의 인터뷰를 통해 12페이지에 이르는 긴 대담을 공개하기도 했다. 해당 대담에는 페미니즘, 여성에 대한 폭력 근절, 여성의 권리와 함께 정치, 지구 온난화, 문학 등 여러 분야에 전반적인 시아파 장관 자신의 견해를 밝힌 내용이 담겨 있었다.
해당 사실이 알려지자 프랑스 국민들은 이를 두고 격렬한 논쟁을 벌이기 시작했다. 그도 그럴것이 현재 프랑스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추진 중인 연금 개혁 반대 시위로 엄청난 혼란과 사회적 갈등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프랑스의 연금개혁안 반대 시위는 연달아 개최되어 10차수에 이를 만큼 길게 이어지고 있고, 지난달 23일에는 시위 참여 인원이 100만명 이상 모여드는 등 큰 혼란을 빚고 잇다.
이에 따라 파리의 지하철과 교외 열차는 모두 운행이 중단되는 등 대중교통 운영에 차질이 생겼으며, 시위대는 파리 루브르 박물관을 막아섰고, 시위와 함께 파업도 동반되며 유명 관광지인 에펠탑과 베르사유 궁전도 문을 닫았다.
프랑스 경찰은 지난달 29일 파리에서만 27명의 과격 시위대가 체포됐다고 밝히기도 했다.
특히 시아파 장관의 수영복 사진을 보면 가슴 위쪽 부분에 적혀있는 49.3이라는 숫자도 논란이 되고 있다.
이 숫자는 프랑스 헌법 제49조 3항을 의미하는 것으로, 최근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은 은퇴연령을 늘리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연금개혁’을 강행하면서 이 조항을 근거로 하원 표결을 건너뛰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연금개혁을 놓고 나라 전체가 심각한 사회적 갈등을 빚고 있는 상황에서 ‘49.3’을 일부러 노출하는 것은 부적절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 시아파 장관의 플레이보이 표지모델 촬영에 대해 상드린 루소 녹색당 의원은 “프랑스 국민들에 대한 존중은 어딨냐. 우리 사회는 지금 위기의 한가운데 놓여 있는데 장관이라는 사람은 셀럽 놀이를 즐기고 있다”라고 발언했다.
또한 엘리자베스 보른 프랑스 총리도 “(시아파 장관이) 하필 이 기간에 이러는 건 부적절했다”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아파 장관을 옹호하는 발언도 있었다. 제랄드 다르마냉 프랑스 내무장관은 “시아파 장관은 용감한 여성 정치인”이라며 “자신만의 성격과 스타일을 갖고 있어 존경스럽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 모든 논란에 대해 당사자인 시아파 장관은 “언제든 여성은 자신의 몸으로 원하는 것을 할 수 있어야 한다. 프랑스 여성은 자유롭다”라며 “비판하는 사람들과 위선자들에게 경의를 표한다”라고 대놓고 자신을 비판하는 사람들을 비꼬는 발언을 했다.
한편 시아파 장관은 성 관련 책을 쓰며 활발하게 페미니즘 운동을 하다 2017년 마크롱 대통령에 의해 첫 성평등부 장관으로 발탁돼 정치 생활을 시작했다.
지난 2018년에는 공공장소에서 여성들을 상대로 성적인 농담을 하거나 신체적 접촉을 시도하는 행위인 ‘캣콜링’에 대해 즉석으로 벌금을 부과하는 법안의 통과시켜 화제에 오른 적도 있다.
시아파 장관의 상황과 사례를 좀 더 생생하게 알고 싶다면 위 영상을 참고하자.
김필환 에디터 ⓒ지식의 정석 (무단복제 및 재배포 금지) 사진 출처=마를렌 시아파 공식 트위터, 플레이보이, 온라인 커뮤니티, 뉴스1, 유튜브 SBS 뉴스, 연합뉴스, 유튜브 연합뉴스 Yonhap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