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58년부터 인스턴트 라면을 만들어왔던 컵라면의 원조, 일본의 유명 라면 회사 닛신(NISSIN)이 한국의 불닭볶음면을 따라한 ‘짝퉁’ 라면을 내놓았다는 소식이 누리꾼 사이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지난 28일 국내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일본판 짝퉁 불닭볶음면’이라는 제목의 게시물이 올라왔다. 해당 게시물에는 일본 라면 회사 닛신에서 출시한 신제품 ‘UFO 볶음면 한국풍 달콤매운카르보’ 컵라면의 사진이 첨부돼 있었다.
해당 라면의 가격은 봉지 라면 기준 5팩에 664엔, 할인해서 430엔으로 한국 돈으로 치면 약 4300원 정도의 가격에 일본 현지에서 판매되고 있었다.
해당 상품의 표지에는 한글로 ‘볶음면’ 이라는 글씨가 쓰여있었고, ‘한국풍 달콤매운 카르보’라는 문구와 함께 정체 불명의 노란머리 사자가 땀과 침을 함께 흘리며 한국식 손가락 하트를 하고 있었다.
포장에 한국어가 써 있는 시점에서 명백히 한국의 불닭볶음면을 노린 ‘짝퉁’ 상품이라고 볼 수 있었다.
특히 분홍색 포장지 디자인이 한국에서 판매 중인 제품인 삼양 ‘까르보불닭볶음면’과 똑 닮았다. 고유명사인 ‘불닭’을 쓰진 않았지만 볶음면이라는 점과 카르보 맛이 포함됐다는 점에서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참고로 닛신은 지난 2018년에도 태국 시장에 ‘Nissin Premium Bag Korean Hot Chicken(한국불닭맛)’ 비빔라면을 내놓아 판매한 적이 있다.
해당 상품 역시 라면 포장지에는 한자로 ‘격할 격(激)’이 커다랗게 적혀있고, 하단에는 한국어로 ‘엄청’이라는 문구와 ‘한국불닭맛’이라는 문구가 쓰여있는 디자인이었다.
해당 상품을 본 한국 라면 소비자들은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닛신이라면 세계최초의 인스턴트 라면과 세계최초의 컵라면을 만든 원조격 회사인데, 왜 포장지에 한글까지 넣으면서 한국의 불닭볶음면 짝퉁을 자꾸 내놓는 걸까?
누리꾼들이 분석한 바에 따르면 그 이유는 바로 불닭볶음면의 상상을 초월하는 매출에 있다.
지난 23일 삼양식품이 내놓은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 매출은 6057억원으로 전년 대비 56% 증가했다. 해외 매출이 6000억원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중 일본 매출 역시 상당한 부분을 차지했는데, 2019년 설립한 일본 법인 ‘삼양재팬’은 불닭 브랜드를 앞세워 현지 영업을 강화한 결과 전년 대비 26.9% 증가한 21억엔의 매출을 달성했다. 한국 돈으로 약 207억1860만원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업계에서는 삼양재팬이 올해에도 엄청난 매출 성장율을 이룰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다. 해당 매출의 대부분은 불닭볶음면을 팔아서 나온 것이며, 매운 라면 시장은 현재 삼양이 거의 독점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불닭볶음면은 해외에 팔 때도 한글 상호가 박혀서 나간다. 불닭볶음면이란 게 아예 전세계적으로 하나의 장르로 자리 잡힌 지금, 한글이 안 박힌 물건은 이 장르에 포함되지 않는 취급을 받고 있다.
즉, 닛신으로선 저 엄청나게 커지고 있는 매운 볶음면 시장에 어떻게든 머리를 들이밀어서 점유율을 나눠 가지고 싶어한다는 것이 누리꾼들의 해석이다.
이에 닛신은 매출을 생각하면 자존심 다 버리고 불닭 비슷하게 한글도 박아서 팔 수 밖에 없다는 것이 누리꾼 분석이었다. 누리꾼들은 문화의 효과가 곧 선점의 효과라는 부분에 감탄했다.
과연 그렇다면 일본에서 나온 짝퉁 제품의 맛은 어떨까?
직접 조리해서 먹어본 누리꾼 평가에 의하면, 한국의 까르보불닭볶음면에 비해 면발의 탱탱한 느낌이 없고, 치즈맛이 너무 강하며 기존에 먹던 달달한 매콤함이 잘 느껴지지 않는다고 한다. 한 마디로 그냥 달달한 치즈맛 라면이 됐다는 평가다.
해당 누리꾼은 “그냥 정통 원조 사서 먹는 게 낫다”라는 평을 내렸다. 새삼 국산 라면이 얼마나 맛있는지 알게 되는 순간이었다.
김필환 에디터 ⓒ지식의 정석 (무단복제 및 재배포 금지) 사진 출처=삼양식품, 닛신, 온라인 커뮤니티